이명박은 정말 '교육정책'을 잘했을까 [기고]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 2021. 8. 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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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대치동의 한 어학원 앞 도로에서 학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집으로 가기 위해 학원버스로 향하고 있다. 2012년 5월 4일. / 정지윤 기자

교육평론가이자 <문재인 이후의 교육> 저자 이범 선생은 ‘이명박이 잘했다’ 제목의 글을 경향신문(8월 5일자 25면)에 기고했다. 아파트값과 사교육비가 이명박 정부에서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2022년 대선후보들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참조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말 이명박 정부가 잘했을까? 아파트값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명박 정부가 대입과 고입 정책을 잘해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먼저 이범 선생의 주장을 요약해보자. 그에 따르면 ①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09년 이후 하락 반전해 3년 연속 내렸다. ②이명박 정부가 선발 전형의 난이도를 낮추고 전형요소의 복합성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 실제 사교육 ‘참여’학생 평균이 핵심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사교육비 조사결과에는 초·중·고 전체 사교육비와 학교급별 사교육비가 구별된다. 또한 ‘총 사교육비’와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구별되고 사교육 참여율이 보고되기 때문에 ‘참여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를 구분할 수 있다.

총 사교육비는 2009년에 정점을 찍고, 2015년까지 매년 하락하다가 2016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총 사교육비의 추세는 실제 사교육 부담을 보여주지 못한다. 학생수의 변동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총 사교육비가 같더라도 학생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면, 실제 부담해야 하는 사교육비는 2배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사교육비 부담 수준의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총 사교육비가 아니라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의 변화를 봐야 한다.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총 사교육비를 학생수로 나눈 값이다.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2009년 월평균 24만2000원까지 올랐다가 24만1000원(2010년), 24만원(2011년), 23만6000원(2012년)으로 3년 연속 하락한다. 그리고 2013년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서 2019년까지 매년 계속 상승했다.


따라서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만 보면 이명박 정부 시기에 3년 연속 사교육비가 하락했다는 이범 선생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총 사교육비가 사교육비의 실제 부담 정도를 보여주지 못하듯이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도 마찬가지로 사교육비의 실제 부담 정도를 보여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매년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수가 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면, 실제 사교육비의 부담은 2배로 늘어난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사교육비 부담 정도를 알기 위해서는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아니라 ‘참여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를 봐야 한다. 그리고 ‘참여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를 알기 위해서는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의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은 2009년 이후 2016년까지 매년 하락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는 매우 큰 폭으로 하락했다. 더구나 이 시기에 전체 학생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따라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 고등학생 사교육비 오히려 늘어

그러면 이명박 정부 시기에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1인당 사교육비는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명박 정부 내내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참여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2만3000원(2009년)에서 32만7000원(2010년), 33만5000원(2011년), 34만원(2012년)이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부의 성공적인 대입·고입 정책에 덕분에 사교육비가 하락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 점은 고등학생 사교육비의 변화를 보면 더 극명하게 확인된다.

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40만3000원(2009년), 41만2000원(2010년), 42만2000원(2011년), 44만2000원(2012년) 등 이명박 정부 내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범 선생은 “나는 참여학생은 고려하지 않고,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추세”에 근거했기 때문에 주장에 문제가 없다고 변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이범 선생이 주장하듯 이명박 정부가 대입 전형의 난이도를 낮추고 복잡성을 줄이는 정책을 통해 사교육비가 감소했다는 것은 그런 정책 덕택에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의 비용부담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정책 덕분에’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줄었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따라서 이런 주장이 입증되려면, 단순히 사교육비를 전체 학생수로 나눈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자료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를 고려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 자료가 보여주는 것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적어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뭔가 잘해서 사교육비가 하락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 칭찬도 데이터에 근거해야

문제는 이런 주장을 진보적인 교육평론가로 잘 알려진 이범 선생이 했다는 점에 있다. 그런 만큼 이 주장은 진보적인 인사가 보수정부의 좋은 정책을 칭찬한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춘 견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그것 봐라. 그래도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가 정책을 훨씬 잘했잖아”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진영 논리를 넘어서 진보적인 인사가 보수 정부의 정책을 칭찬하거나, 보수적인 인사가 진보 정부의 정책을 칭찬하는 일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 보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지식인이나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칭찬 또는 비판은 객관적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데이터를 편향적으로 사용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정보에 근거한 주장은 어떤 경우에도 생산적인 논의와 올바른 정책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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