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80%가 노인..'지하철 만성적자' 어떻게 메우나

기성훈 기자, 강주헌 기자 2021. 8. 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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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적자 지하철, 이대로 달릴 수 있나 (下)

[편집자주] '서민의 발'인 전국 지하철이 대규모 적자를 안고 달리고 있다. 수년째 요금은 동결 중이다. 고령인구가 급증에 '65세 이상 무임승차'의 문제점도 그대로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자구노력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운영기관 모두 "아~ 나는 몰라"를 멈추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1984년 전두환 "노인 무료" 선언...37년째 빚덩이 지하철
"노인과 장애인, 유공자 등의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공익서비스비용(PSO·Public Service Obligation)이다. 무임승차제도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작된 정책으로 한번은 전국적인 통일된 기준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서울교통공사 적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PSO 비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 시장의 발언처럼 관련 법규에 따라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가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보고 있다. 전체 무임승차 승객의 80% 가까이가 노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하철 무임수송 손실 비용은 최근 5년간 3조원을 육박하는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울 등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은 노인복지법 등에 따른 국가 정책인 만큼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무임손실 비용을 더이상 지하철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무임승차 손실액 연평균 5542억원...코레일만 지원하는 형평성 논란

13일 서울 등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간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금액은 평균 5542억원에 달한다. 무임승차 손실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5366억원이던 무임승차 손실액은 2017년 5758억원, 2018년 5896억원, 2019년 623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445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대중교통 이용 감소, 재택근무 증가 등의 변화로 지난해 지하철 수요가 30%가량 감소한 가운데서도 무임승차 손실은 컸다.

이 중 서울교통공사(1~8호선)가 264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교통공사(1045억원), 대구도시철도공사 (416억원), 인천교통공사(213억원), 대전도시철도공사(78억원), 광주도시철도공사(6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무임승차 손실 비중이 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지난해 기록한 당기순손실은 1조8235억원이다. 이 중 24.5%(4458억원)가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였다. 한 지하철 운영기관 관계자는 "운영기관들의 재정 내에서 무임손실 비용은 당기순손실 대비 상당한 규모"라면서 "무임손실 비용을 운영기관이 모두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형평성 문제도 나온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도시철도뿐 아니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구간도 있다. 이 구간 역시 노인과 장애인, 유공자는 무료다. 역시 손실이 발생한다. 코레일 구간에 대해서는 정부가 무임승차 손실분을 보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코레일 수도권 구간 무임승차 손실분에 대해 정부는 국고로 1679억원을 지원했다.


◆1984년 전두환 "노인무료" 선언..지하철 37년째 빚 안고 달려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 만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 요금 50%를 할인해주면서 시작됐다. 1984년 5월 23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100% 요금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도입됐다.

전 전 대통령은 "노인복지 향상과 경로사상을 높이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들에겐 지하철 운임을 면제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한 지시 때문이다. 이후 장애인, 국가유공자로 대상이 확대됐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은 65세 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사회를 고령사회로 구분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내국인 인구 5013만3000명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820만6000명으로 16.4%를 차지했다. 1년 전 15.5%보다 0.9%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고령 인구 비율이 16%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지하철 운영기관 관계자는 "고령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자 급증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에 따른 과다한 의무지출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도시철도 안전 투자를 지원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임승차 손실은 결국 '일반 탑승객 몫'..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

도시철도 운영기관을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재정 지원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무임승차 손실 보전방안을 담은 도시철도법 개정안은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오 시장은 지난 6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지하철 무임수송에 따른 서울교통공사의 손실분에 대한 국비 보전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공감대를 모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만성적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해소해야 한다. 무임승차 인원 증가에 따른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만성적자는 결국 지하철 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한다. 서울 지하철(1250원) 요금은 지난 2015년 인상된 이후 6년째 변동이 없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는 승객 한 명을 태우는 데 약 2061원의 돈을 썼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승객 1명당 770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지하철 요금인상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내년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 등 정치·사회적 이벤트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무임수송 관련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면서 "도시철도법 개정을 통한 책임 주체 명확화와 정부에 대한 국비 지원 요청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르신은 무료로 타는 韓 지하철…복지 천국에도 공짜는 없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는 '보편적 복지'의 대명사다. 돈 많은 '부자 노인도' 공짜로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완전 무임승차를 시행하는 나라는 얼마나 될까. 해외 주요 국가들도 노인 교통 할인 제도가 있지만 대부분 국가는 소득 수준, 나이, 시간대별로 탄력적으로 운영 중이다.

13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복지 천국으로 손꼽히는 유럽의 국가들도 무임이 아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영국은 60세 이상이 할인 대상이며 지하철, 국철, 버스 등은 피크시간 외 오전 9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무료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40~45% 할인해줄 뿐 무임승차는 찾아보기 어렵다.

프랑스의 경우, 일정 소득 이하의 65세 이상 노인 혹은 노동이 불가능한 60세 이상 노인이 할인 대상이다. 덴마크는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철도·버스 이용 시 50%를, 독일은 남성 65세 이상, 여성은 60세 이상에 대해 철도요금의 50%를 할인해준다.

일본은 70세 이상 노인에 대해 소득수준에 따라 모든 대중교통에 대해 일정액을 본인 부담하게 하고 있다. 미국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50~100% 할인(주마다 상이)을 실시 중이며, 호주와 홍콩(최대 2달러)은 65세 이상 노인에 50% 할인해준다.

연구원은 "국가마다 노인 교통 할인 운영방식은 다르다"면서 "보편적 복지 측면에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100% 할인을 적용하는 국가는 한국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경로 무임승차제도가 노인 이동성 보장, 노인 보건 향상 등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제도 유지를 위해 다양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경로 무임승차제도의 편익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간대별 탄력 운영, 기준 나이 상향, 정부 지원 등을 다각적으로 모색해 지속가능한 공공서비스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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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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