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을 만나다]신기루 "마라맛 입담? 스탠드업 코미디 도전하고파"②

김민지 기자 2021. 8. 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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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미 실종됐다. 코로나19로 코미디언들의 행사나 공연 스케줄도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들이 웃음을 잃은 상황이 됐다. 지금은 TV나 무대에서 많은 코미디언을 볼 수 없지만, 이들의 웃음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자신들은 힘들어도 대중이 웃으면 행복해하는 코미디언들을 <뉴스1>이 만나, 웃음 철학과 인생 이야기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를 통해서다.

개그우먼 신기루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방송가에는 유독 뒤늦게 빛을 본 코미디언들이 많다. 끼는 많으나 주어지는 기회가 한정적인 탓에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보여줄 때가 적은 것. 하지만 기본적으로 갖춘 입담과 재치가 있어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순간이 오면 철철 흘러넘치는 이들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열네 번째 주인공인 코미디언 신기루(39) 역시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급부상했다. 지난달 웹 예능 '터키즈 온 더 블럭'(이하 '터키즈')에 출연, 옆집 언니, 누나 같은 털털한 성격과 절친 이용진도 당황하게 만드는 거침없는 입담은 구독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이에 해당 영상은 공개 한 달 여 만에 260만 뷰를 넘길 정도로 호응을 얻었고, 신기루의 매력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 덕분에 젊은 층에게 인지도가 높아져 신기루 본인도 신기하다고.

이후 TV CHOSUN '와카남'에도 등장한 그는 공복 다이어트를 앞두고 빅 사이즈와 남다른 먹성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몸무게까지 거침없이 공개한 그는 이전에 없던 독보적인 캐릭터로 방송가에 신선함을 줬다.

신기루는 코미디언으로서 여러 탤런트를 가졌지만, 공개 코미디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예능계로 진출이 더뎠다. 그간 방송가는 잘 먹는 신기루에게 '먹방 콘텐츠'를 맡겼지만 이것만으로 그가 가진 매력을 보여주기는 부족했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왔다. 신기루는 팟캐스트 '매불쇼' 등을 통해 본인이 가진 '마라맛 입담'이라는 강점을 드러냈고, 최근 '터키즈'에서 예능감을 폭발시키며 '차세대 여성 예능인'의 등장을 알렸다.

뼛속까지 코미디언인 그는 사람들을 웃기는 게 좋다고 했다. 언젠가는 자신의 강점인 토크를 살릴 수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하고 싶다고. 그러면서도 공개 코미디에 대한 끈 역시 놓지 않아 코미디에 대한 그의 진심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다재다능한 여성 코미디언 신기루를 최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개그우먼 신기루 © News1 권현진 기자

<【코미디언을 만나다】신기루 편 ①에 이어>

-지난 2005년 특채로 KBS 코미디언이 됐다. 대학로 공연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채도 아니라 데뷔 스토리가 궁금하다.

▶원래는 꿈이 없었는데 당시 아버지가 일 때문에 중국으로 가셔야 했다. 어머니와 유학 예정이었던 동생은 따라가기로 했는데 나는 가기 싫은 거다. 그때 예전에 친구들이 이야기를 잘한다고 했던 게 생각나 부모님께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했고, 아버지께서 '네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면 인정해주겠다'라고 하셔서 뭔가를 얼른 해야 했다. 코미디언이 되려면 공연을 해야 한다고 해 무작정 공연장을 찾아갔다가 KBS 2TV '폭소클럽' 오디션에 참여할 기회 생겼는데, 제작진이 너무 재밌다고 하는 거다. 그걸 코너로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데뷔하게 됐다. 그런데 경험이 없으니까 레퍼토리가 부족해서 중간중간 쉰 적이 많다. 그래도 운이 좋게 SBS '웃찾사'에도 가고, tvN '코미디 빅리그'에도 출연했다. 크게 히트한 게 없는 것치곤 방송사를 옮길 때마다 제작진이 나를 인정하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KBS 출신 코미디언으로서 '개그콘서트'가 사라졌을 때 많이 아쉬웠겠다. 개그맨들이 설 무대가 줄어들고 있지 않나. ▶'개그콘서트'가 없어졌을 때 충격이었다. 코너를 짤 희망조차 사라진 게 아닌가. 특히 신인들도 그렇지만 코미디언을 꿈꾸던 사람들도 너무 안 됐다. 어떻게 보면 목표로 하던 직장이 사라진 거니까. 아무것도 없다는 게 안타깝다. 지금 개그를 하고 있는 친구들도 설 자리가 없어지고…. 그나마 유튜브가 있어서 코미디언들이 끼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다행이다. 코미디언 출신 유튜버 흔한 남매, 엔조이 커플 등을 보면 자랑스럽다. 빠르게 트렌드를 흡수하고 자리 잡는 걸 보면서 '코미디언은 코미디언이구나' 싶어 뿌듯했다.

개그우먼 신기루 © News1 권현진 기자

-9년 동안 '코빅'을 하다가 지난해부터 하지 않고 있다. 공개 코미디는 아예 접은 것인가.

▶그땐 내가 너무 공개 코미디를 못한다고 생각해서 자신감이 없었다. 연기를 못한다는 걸 인정했으니까. 하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공개 코미디는 여전히 욕심이 있는 분야고, 한 번쯤은 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고 알아봐 주면 무대에서도 부담감이 덜하지 않을까. 기회가 되면 코너를 짜서 하고 싶다.

-과거에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외모 비하' 개그를 많이 하지 않았나. 본인도 그런 개그를 한 적이 있고. 하지만 시대가 변해 이런 소재들에 민감해져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있겠다.

▶예전에는 외모 비하 개그를 많이 했었다. 내가 날 깠지, 그걸 해야 웃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웃겨보고 싶다. 가장 하고 싶은 건 '스탠드업 코미디'다. 내가 극은 못하지만 얘기는 잘하니까, 마이크 앞에 서서 5분 동안 타이트하게 토크를 하는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 잘 맞을 것 같고 욕심도 난다.

개그우먼 신기루 © News1 권현진 기자

-'터키즈'에서도 그렇고 '매불쇼'에서도 툭툭 던지는 멘트들이 재치 있다는 게 느껴진다. '마라맛 입담'의 소유자임에도 그간 예능에서 보기 힘들었던 이유가 있을까.

▶코미디언 출신 예능인들이 밟아가는 수순이 있지 않나. 공개 코미디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예능의 패널로 갔다가 MC가 되는 식인데, 내가 콩트나 짜인 개그를 너무 못했다. 아이디어가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표현력이 달리는 거다. 공개 코미디 단계에서 역량이 부족해 못 보여주다 보니 (방송 관계자들에게) 나를 알릴 수 없었다. 이 사람이 어떤지 모르는데 예능에 쓸 수는 없지 않나. 이후 '매불쇼'를 하면서 팬층이 생겼는데 방송 내용이 수위가 너무 높았다. 그런데 이젠 시대가 변한 것 같다. 수위가 센 개그를 해도 대중이 이를 받아줄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그래서 '터키즈'도 수위가 셌는데 재밌다고 해주시고, 방송 관계자 분들도 내가 이렇다 할 경력은 없지만 16년 정도 방송을 했으니 베테랑이라고 생각해 찾아주시는 것 같다.

-절친 박나래, 홍현희 등과도 방송에 종종 출연했다. 개그우먼들 사이 끈끈한 의리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집단에 있어본 적이 없으니 감히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개그우먼들이 정말 의리가 있고, 돈독하다. 정말 돈이 없던 신인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들, 돈 없을 때 술 몇 병 사서 서로 나눠먹던 세월이 있어 그런지 끈끈한 게 있다. 그래서 누가 잘 되면 정말 샘이 난다거나 부러운 마음이 1도 들지 않고 축하만 해주고 싶다. 최근에 내가 '터키즈'로 주목을 받았을 때도 나래가 모니터를 했다면서 너무 축하한다고 해주고 조언을 해주는 거다. 바쁜 친구인데도 주변을 이렇게 챙긴다. 코미디언이 되고 얻은 것 1순위가 친구들이다. 여기에 잠깐일지라도 사람들의 관심까지 얻으니 먹먹하면서도 좋다.(미소)

개그우먼 신기루 © News1 권현진 기자

-활동을 하면서 슬럼프는 없었나.

▶없었다. 잘 된 적이 있어야 슬럼프도 오는데 계속 아래에 있었으니까.(웃음) 이제 올라가는 시기다. 그런 적은 있다. 4~5년 전에 뭘 해도 안돼서 내려놓은 적이 있는데 오히려 그때가 재밌고 괜찮았다. 당시에 일이 많이 들어왔으면 더 패기 있고 열정 넘치게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있다.

-올해로 결혼 3년 차다. 결혼 전과 후로 달라진 점, 일에 영향을 받은 점이 있는지.

▶결혼이 일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남편도 이해해주고, 시어머님도 내가 기분 좋게 웃기는 건 상관없다고 하셔서 편하게 하고 있다.

-남편과 종종 방송에 함께 등장하지 않나. 부부 예능 출연 생각은 없는지.

▶부부 예능은 안 하려고 한다. 남편이 방송을 하는 걸 싫어한다. 내가 부탁해서 몇 번 같이 했는데, 남편은 방송에 관심도 없고 불편해한다. 굳이 싫다는 사람에게 내 일을 도와달라고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좋지 않은 댓글이 달리면 마음도 불편해서… 나는 연예인이고 그런 걸 감당할 수 있지만 남편은 아니지 않나. 이젠 개인으로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나를 많아 알아봐 주시고 찾아주셔서 혼자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개그우먼 신기루 © News1 권현진 기자

-신기루에게 코미디란 어떤 의미인가.

▶되게 슬픈 데 기쁜 것? 그 생활이 슬프다. 그런데 가장 슬픈 시절에 제일 재밌는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다들 죽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웃는다. 그래서 슬프지만 기쁜 것 같다.

-신기루라는 코미디언을 대중이 어떻게 기억했으면 하나.

▶나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사람. 일상적이고, 공감이 가는 코미디언이었으면 한다.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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