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문화현장④]밴드 터치드 "홍대 공연장 점점 사라져 안타까워요"
기사내용 요약
5인조 혼성 밴드...작년 코로나 시국에 데뷔
라이브 강점인데 무대 없어 타격
마스크 관객들도 소리는 커녕 박수만 답답
투잡 보컬 레슨도 수강생은 절반 줄어
"인디밴드 바람은 시설 갖춘 공연장 확대"
세 번째 싱글 발매..."그럼에도 위로 전하고파"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을 넘겼다는 소식이 들려온 11일 오후 홍대입구역 인근 합주실.
5인조 혼성 밴드 '터치드' 다섯 멤버는 이날도 모였다. 12일 예정된 새 싱글 녹음과 앞두고 있는 몇몇 소규모 공연을 위해서다. 물론 마스크를 쓰고 손은 깨끗이 소독한 상태였다. 기타·베이스·건반·드럼 등의 악기들은, 얼마나 닦았는지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였다.
터치드는 코로나19 시국에 절망하기보다, 묵묵히 제 갈길을 가는 신생 밴드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건 못내 아쉽다.
김승빈(리더·드럼)은 "합주할 때는 코로나19로 인한 지장은 없어요.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하니까요. 다만 연습한 것들을 보여줄 무대가 적으니 그게 안타깝죠"라고 말했다.
터치드는 코로나19 기간, 주로 작은 무대에 20번가량 올랐을 뿐이다. 김승빈은 "저희가 밴드라는 특성상 오프라인 라이브 무대에 강점이 있잖아요. 관객분들이 마스크를 쓰신 채,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져 박수만 치시는 분위기가 저희에겐 가장 큰 타격"이라고 답답하게 여겼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동문들로 구성된 터치드는 코로나19 시국에 데뷔한 밴드다. 지난해 5월 결성, 올해 초 첫 싱글 '새벽별'을 발매했다. 지난 4월 두 번째 싱글 '리그렛(Regret)'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시대에 뭉쳐 코로나 시대에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작년 경기콘텐츠진흥원의 문화 뉴딜 프로젝트 '2020 인디스땅스x아무공연' 온라인 라이브 공연에 참여하는 등 주목 받았다.
특히 작년 11월 'CJ와 함께 하는 제31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주로 싱어송라이터가 우승을 해온 이 대회에서 밴드가 대상을 받은 건 터치드가 처음이었다.
존비킴(베이스)은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대상을 받은 뒤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돌아봤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도 하고 반응도 기대했다"는 얘기다.
갈수록 좁아지는 인디 무대
코로나19 이전에도 인디업계에 전업 뮤지션은 드물었다.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조건이었다. 코로나19 이후에 그런 경향이 극심화됐다. 음악과 무관한 포크레인 기사, 전기설비 기사 등의 일을 하며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다행히 터치드 다섯 멤버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이후 받은 상금과 지원 덕이다. 아직까지 음악 일만으로 생계 유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승빈은 "밴드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당해요. 악기 구매, 합주실 등등. 다행히 저희는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상금과 지원이 큰 도움이 돼 적어도 갹출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물론 밴드 활동 외에 음악 일을 해야 개인 생계에 지장이 없다. 이 활동들이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받았다. 윤민(보컬·서브기타)은 학생들의 보컬 레슨을 하는데, 코로나19 이전보다 수강생이 절반가량 줄었다고 했다.
인디 밴드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은 무엇이 있을까. 디온(기타)은 "공연장 시설이 열악하거든요. 코로나19 시대에도 문제가 없도록 퀄리티가 있는 시설이 갖춰진 공연장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럼에도 밴드는 계속된다, 왜?
가장 큰 이유는 비효율성이다. 인디 공연계 시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여러 멤버가 동시에 이동해야 하는 밴드는 여러모로 불리하다. 또 혼자서도 각종 컴퓨터와 미디 등을 통해 밴드 사운드를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런데 터치드는 하필 더 열악한 코로나19 시대에 밴드를 왜 결성했을까.
윤민은 "처음에 제가 밴드를 한다고 했을때 주변에서 '굳이 밴드를 하려고 하느냐. 솔로 싱어송라이터들이 인기가 많은데'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밴드에겐 분명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각 개인의 색깔이 더해져서 보여지는 그림이 달라요. 무엇보다 함께 한다는 에너지와 시너지가 엄청나다"고 흡족해했다.
밴드는 음악만 같이 만드는 것이 아닌, 삶의 방향과 태도를 공유해야 가능하다. 20대 중후반의 터치드 멤버들은 지난 록 세대들이 기치로 내세웠던 '록의 저항'이 아닌, '위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세계적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처럼.
윤민은 "콜드플레이를 보면서 '록도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구나' '따듯한 말로 위로를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곡의 분위기보다 곡이 담고 있는 내용들로, 콜드플레이처럼 위로와 감동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로나19 시대에 들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죠."
채도현(키보드)도 "콜드플레이처럼 세상을 구하는 일에 시간을 쏟고,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팀이 되고 싶다"고 거들었다.
그래서 팀 이름이 코로나19 시대에 더 와 닿는다. '터치드(Touched)'는 '감동한'이라는 뜻이지만, 동사 '터치(Touch)의 과거형으로 '만졌다'라는 뜻도 있다.
거리두기가 필수인 코로나19 시대에 음악적으로 연결돼 있음이 강조된다. 윤민은 "모두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시기에 위로와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바랐다.
터치드는 곧 세 번째 싱글을 발매한다. 하반기에 첫 EP 공개도 예정돼 있다. 동시에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공연할 수 있는 작은 무대도 지켜나간다. '먼데이프로젝트' 시즌4의 하나로 오는 16일 오후 8시 홍대 구름아래소극장에서 공연한다. 27일에도 홍대 앞 언플러그드에서 어쿠스틱 공연을 펼친다.
"홍대 공연장이 점차 없어지고 있어요. 남아 있는 공연장을 지키시는 분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본인을 희생해가면서 지원을 해주시죠. 그 분들은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겨우 겨우 버티고 계세요. 그 분들이 힘을 잃지 않도록 지킬 건 지켜가며 최선을 다해 노래와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김승빈)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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