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kg 빠진 이재용에 사장단도 깜짝..출소하자마자 꺼낸 '옥중구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하자마자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만나 경영현안을 챙겼다. 반도체를 비롯해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해 잠시 몸을 추스린 뒤 서울서초사옥에서 계열사 사장단과 회동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7개월 동안 경영 현장을 지킨 사장단을 격려하고 자신의 소회를 밝히는 한편, 긴급한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재계 안팎에서는 수감기간이 207일로 짧지 않았던 데다 지난 4월 급성충수염 수술 후유증 등으로 체중이 13㎏가량 줄면서 이 부회장이 당분간 건강 회복에 주력하면서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서초사옥에서 이 부회장을 만난 주요 경영진도 수척해진 이 부회장의 모습에 적잖이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출소 첫날부터 서초사옥 출근을 강행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 심화 등이 겹친 상황에서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저에 대한 걱정, 비난, 큰 기대를 모두 잘 듣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인사는 "출소 첫 행보가 서초사옥 출근이라는 것은 취업제한 논란과 보호관찰 등 가석방 출소에 따른 여러 제약 속에서도 최대 성과를 내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라며 "그만큼 경영현안을 챙기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지난 9일 법무부의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 이후 이어온 침묵을 깨고 이날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과 관련해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인다"며 "가석방에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옳은 말씀이지만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도 많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삼성전자가 골든타임의 막차에 올라탔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재계 한 인사는 "가석방으로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부터 이어진 논란이 일단락된 만큼 이제는 혁신의 수레바퀴를 다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부회장이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으로는 당면한 반도체 경쟁 대응 전략이 첫 손에 꼽힌다. 특히 미국 현지 후보지 4곳을 대상으로 검토 중인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는 사실상 이 부회장의 첫 비전인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시장 1위 전략의 향방을 좌우할 가늠자로 평가받는다. 총 투자 규모가 20조원(170억달러)에 달하는 데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 전략에서 미국 현지 생산라인이 담당하는 무게가 남다르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평택 반도체 부지에 조성 중인 제3공장 투자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높게 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평택 사업장을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전략의 전진기지로 활용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재구속 직전에도 새해 첫 현장 경영으로 평택 2공장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반도체 산업생태계 육성을 강조했다.
반도체 이외의 분야로는 다음달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문제가 현안으로 거론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차로 2시간가량 떨어진 블루밍턴-노멀을 신규 공장 주요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보고 현지 지역정부 등과 논의 중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현재 주력사업인 반도체 부문을 넘어 '포스트 반도체' 발굴 측면에서 내놓을 구상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이 M&A(인수합병)를 통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지난 1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강조한 '3년 내 의미있는 M&A 성과'가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로 한층 탄력받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혁신팀장은 "아무리 삼성전자라고 해도 급변하는 기술 변화를 혼자서 따라잡을 순 없다"며 "삼성전자가 잇따라 M&A 성과를 언급한 것도 '혁신의 골든타임'을 또 놓치면 10년 뒤, 20년 뒤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인데 이런 부분에서 이 부회장의 복귀가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신뢰 회복 활동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사내식당 단체급식을 외부 중소기업 등에 추가 개방하고 전날에도 창사 52년만에 처음으로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준법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 이 부회장이 참석해 대국민 신뢰회복 방안을 의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석방에 따른 취업제한 논란을 비롯해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의혹'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 사건으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은 여전한 사법 리스크로 꼽힌다. 다만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경영활동이 가능하고 청와대와 정부도 이 부회장의 경제 역할론을 공식 언급한 만큼 취업제한 규정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9일로 예정됐던 프로포폴 의혹 관련 재판은 새로 선임된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신청에 따라 다음달 7일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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