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만 '全도민 지원금', 최대 표밭 현금 살포 아닌가

조선일보 2021. 8. 14.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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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5차 재난 지원금 전 도민 지급 관련 브리핑을 한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2021.08.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3일 경기도민들에게 100%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5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하위 88%에게 지급하기로 했지만 경기도민들에게는 상위 12%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도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추가 소요 예산은 경기도가 90%, 도내 각 시군이 10%씩 분담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이번 지원금을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 지급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 야당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에 집중 지원을 각각 주장하면서 입장이 갈렸다. 이렇게 두 달여 넘게 논의한 끝에 88% 지급이라는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이 지사는 경기도만 예외로 전 도민 보편 지급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여야정 합의를 무시한 것이며, 다른 시도민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 지사는 “아프리카 어느 나라가 지급 않는데 왜 우리나라만 지급하느냐고 따지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재정 사정이 넉넉한 경기도가 왜 형편이 안 좋은 다른 시도와 균형을 맞춰야 하느냐는 것이다. 경기도의 상대적으로 풍부한 재정은 주요 세수 기반인 대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된 덕분이지 이 지사의 행정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지방 균형 발전을 당론으로 삼는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다른 시도를 차별하는 것도,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비하하는 것도 상식 밖의 일이다.

이 지사가 이런 논란을 무릅쓰고 경기도민 100% 지급을 강행하는 것은 대선과 당내 경선을 앞둔 매표(買票) 행위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체 국민의 4분의 1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는 최대 표밭을 지지 기반으로 확실히 다지려는 현금 살포 행위나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 유권자들에게도 이재명 대통령이 되면 나도 저런 돈봉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경기도민 지원금 차별 지급은 이 지사가 도지사직을 유지하며 당내 경선을 치르는 것에 대한 불공정 시비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다. 이 지사의 형수 욕설을 이해한다고 감쌌던 황교익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한 것 역시 ‘지사 찬스’ 논란을 뒷받침한다.

이 지사는 작년 도민에게 지역화폐로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도 방침에 반대한 남양주시에 11차례 감사를 진행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하면서 ‘보복성 조치’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될 경우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맞서는 시도지사가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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