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인문정원] 젊음에 대하여
지나친 젊음의 환대를 경계하라
무기력에 빠진 나를 깨운 것은 2020년 하계올림픽 중계였다. 올림픽을 중계하는 TV 앞에 앉아 우리 선수를 응원하며 짜릿한 흥분과 설렘을 경험했다. 수영의 황선우, 양궁의 안산과 김제덕, 탁구의 신유빈,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는 10대이거나 20대 문턱에 진입한 파릇한 젊은이들로 미래의 재목으로 떠올랐다. 황선우는 수영에서 한국 신기록과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는 쾌거를 이뤘다. 우상혁은 육상 종목에서 묵은 한국기록을 고쳐 썼다. 젊은 신체에 깃든 탄력과 비상한 활기, 솟구치는 열정과 명석함은 눈부셨다. 그 눈부심에 찬탄하면서도 잠시나마 질투를 느꼈다.
한편으로 젊음의 시기는 혼란과 불안에 빠지기 쉽다. 그들이 길 위에서 항상 바르게 걷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걸음이 자주 기우뚱거리는 것은 완숙 경험의 부재로 인해 어리석은 선택을 하거나 실수를 저지른 결과다. 어떤 젊은이들은 일탈과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며 탕아로 전락한다. 젊음이 항상 ‘승리로 가득한 아침’을 맞는 것만은 아니다. 젊음은 그보다 더 자주 실패와 고난의 뒤안길에서 헐떡거리고 방황한다.
프랑스 철학자 폴 니장은 한 책에서 “나는 스무 살이었다. 나는 누구라도 그때가 내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 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라고 썼다. 폴 니장은 왜 그렇게 썼을까. 스무 살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된 낙관주의에 따른 무책임한 수사에 불과하다. 누군가에게 스무 살은 끔찍스러운 경험일 수도 있다. 스무 살 무렵 내가 겪은 혼란과 방향 상실, 모순과 불확실성 들을 떠올릴 때가 그렇다.
‘1990년대생이 온다’고 했다. 지금은 2000년대 생들이 우리 앞에 와 있다. 황선우, 안산, 김제덕, 신유빈, 우상혁 선수 등이 다 2000년대 생이다. 젊음의 세대교체는 아주 빠르게 이루어진다.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미래 없음’은 그들이 마주하는 엄중한 현실이다. 빈부의 양극화, 취업절벽, 계층 이동 사다리가 사라진 현실의 한가운데로 내몰린 젊은이에게 살아남음은 그 자체로 만성적인 경쟁이고, 절박한 서바이벌 게임이다.
자신을 패배자라고 여기는 오늘의 젊은이들이 ‘이망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푸념한다. 젊음의 아름다움, 약동하는 힘과 패기를 숭배하는 ‘청춘지상주의’가 현실에 널리 퍼져 있지만 이것은 기만에 불과하다. 젊은이들은 상업 자본주의에 수탈당하고, 미래는 그들이 쓰지도 않은 가상의 빚 때문에 차압당한다. 내게 스무 살 난 아들이 있다면 꼭 ‘젊음을 지나치게 환대하는 자를 경계하라! 이들의 기만과 위선을 직시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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