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헤로니모'에 못 담은 뒷이야기 [책과 삶]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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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석 지음
창비교육 | 240쪽 | 1만6000원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를 만든 전후석의 책이다. 헤로니모 임(Jeronimo Lim, 임은조)은 1926년 쿠바에서 태어난 이민 2세로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에 참여한 동지다.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은 한국을 다녀간 이후로는 쿠바 내 한인 공동체를 부활시키는 데 힘썼다. 그의 아버지 임천택은 쿠바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댔다. 김구 <백범일지>에 그 이름이 등장한다.
책에는 영화제작의 뒷이야기와 한국계 미국인인 저자의 정체성 고민이 담겼다. 전후석은 미국에서 한국의 ‘헬조선’ 현상을 바라보며 사회주의 체제의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떠난 쿠바에서 헤로니모의 딸 파트리시아 임을 우연히 만나고, <헤로니모> 제작 여정을 시작한다.
전후석은 <헤로니모> 프로젝트가 결국은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과 닿아 있다고 말한다. 세계 각지의 한인을 ‘코리안 디아스포라’라고 부르는 그는 “이 사람(헤로니모)을 통해 한인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더 깊게 파고들 수 있겠다는 설명하기 힘든 끌림을 느꼈다”고 했다. 영화를 제작하던 당시는 미국에서 이민자와 유색인종 혐오를 공공연히 드러내던 도널드 트럼프가 막 집권한 때이기도 했다. 저자는 미국 내 한인과 중국 옌볜의 조선족부터 쿠바·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의 한인,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요르단 한인들까지 두루 만나며 고민의 답을 찾아나갔다.
저자는 그 고민의 결과가 “민족의 개념에 속박되지 않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다른 한인에게 느끼는 애정이 “단순히 민족적 동질감이 아닌 보편적 인류애에 기반한다면 그것은 더 고차원적인 사랑”이라는 것이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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