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맞겠나" AZ 잔여백신 접종 허용에 불안한 3040

박소영 2021. 8. 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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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위험 개인이 판단하라는 건가"
13일 휴대전화 카카오톡(왼쪽), 네이버 앱에 서울 지역의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백신이 표시돼 있다. 정부는 이날 30세 이상 희망자에 한해 AZ 잔여백신 접종을 허용했다. 연합뉴스

"안전성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데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백신을 맞으라는 건 그리 달갑지 않다.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정부의 원칙이 시시각각 바뀌는 것 같아 오히려 불안하다." (41세 직장인)

"어차피 한 달 정도 기다리면 화이자나 모더나를 맞을 수 있는데 굳이 부작용 위험이 높은 AZ를 맞을 이유가 없다." (40세 전업주부)

"잔여백신으로 AZ가 나와도 선택하지 않겠다. 백신 확보를 제때 못 해 총체적 난국이 이어지는 건데,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 (46세 직장인)

13일 방역당국이 30세 이상 희망자에 한해 AZ 잔여백신 접종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직후 30·40대 청장년층에선 기대보다 우려가 쏟아졌다. 젊은 층의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부작용 위험 때문에 50세 이상만 맞았던 AZ 백신이 남아돌자 접종 연령을 낮췄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라지만, 안전성에 대한 판단을 개인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접종 권고 50세 이상'은 그대로..."선택권 넓히자는 것"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부터 위탁의료기관, 보건소 등에서 AZ 잔여백신을 30세 이상 희망자 대상으로 접종이 가능하도록 접종안을 변경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미 화이자·모더나 예방접종을 사전예약한 30~49세도 더 빨리 백신을 맞고 싶다면 17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당일예약을 통해 AZ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다. 지난달 AZ 접종 권고 연령이 50세로 상향되면서 이전에 AZ로 1차 접종한 50세 미만은 2차 접종 때 화이자를 맞기로 했는데, 이들도 희망할 경우 1차와 동일한 AZ를 맞을 수 있게 됐다.

다만 AZ 백신의 접종 권고 연령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정 단장은 “권고 연령은 50세 이상으로 유지하되, 국내 코로나19 방역 상황과 AZ 백신 가용 물량 등을 고려해 얀센 백신과 동일하게 30세 이상 희망자에게 접종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예방접종의 이득과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접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12일 서울의 한 병원에 폐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쌓여 있다. 뉴스1

접종 연령 변경은 최근 60~74세 2차 접종이 이뤄지면서 AZ 잔여백신이 생기고 있는데, 맞을 사람이 없어 다량 폐기되는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한쪽에선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리면서까지 화이자·모더나 물량에 맞춰 백신을 맞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아까운 백신이 버려졌던 것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SNS 당일예약을 통해 화이자 백신은 13일 기준 1만6,035건이 접종됐는데, AZ는 6분의 1 수준인 2,861건이 접종됐다.

정작 AZ 백신 권고 연령인 50대와 75세 이상은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맞았거나 맞고 있다. 결국 국내 접종 순서와 백신 수급 상황이 맞아떨어지지 않아 이런 상황이 생긴 셈이다.


"수급 상황 따라 바뀌는 접종 원칙"

문제는 안전성이다. 추진단은 이번 접종 연령 변경의 근거로 국내 AZ 백신 접종 1,269만 건 가운데 3명에게서만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확인됐다는 점을 들었다. 부작용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감염 위험이 전보다 높아진 상황에선 접종 이득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같은 근거를 토대로 접종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더구나 AZ 백신을 만든 영국도 부작용 우려로 5월 접종 연령 제한을 기존 30세 이상에서 40세 이상으로 강화했다. 우리는 영국보다도 더 풀어버린 것이다. 정부는 “희망자에 한해 보다 일찍 백신을 맞도록 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백신 접종 기준이 시시각각 바뀐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60~74세 고령층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이 시작된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에서 대상자가 백신을 맞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책임져야 할 백신의 안전성 평가와 위험 부담을 개인에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AZ 백신은 30대 혈전증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접종 권고 연령을 올렸는데, 다시 30·40대도 맞아도 된다고 하면 불안해서 누가 맞겠나”라며 “접종 계획의 일관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희망자만 맞으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위험 부담을 개인에게 지우는 셈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권고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그대로 두는 것은 AZ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정부 판단이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 개개인에게 안전성을 각자 판단해 AZ 백신을 맞을지 말지 결정하라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내년에 코로나19 백신 3,000만 회분과 옵션 3,000만 회분을 구매하는 계약을 화이자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매가 확정된 3,000만 회분은 내년 1분기부터 차례로 공급되고, 옵션 3,000만 회분은 정부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구매하게 된다. 이 옵션은 내년 말까지 행사할 수 있다. 정 단장은 "수급 불안정성과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백신 2,000만 회분의 추가 계약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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