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불륜에 분노..녹음기 설치·불륜 폭로 30대 남편 '선고유예'

아내, 혼인파탄 책임 남편에 돌려
재판부 "범행 동기 참작할 만한 사정 있어"

아내의 불륜 증거 확보를 위해 녹음기를 설치하고, 불륜 사실을 아내 직장동료들에게 폭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편에게 형의 선고가 유예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내의 불륜 증거 확보를 위해 녹음기를 설치하고, 불륜 사실을 아내 직장동료들에게 폭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편에게 형의 선고가 유예됐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이상오 부장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0)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고 형 선고를 유예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배우자 B씨의 불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월18일 자신의 거주지 안방에 녹음기를 설치해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했다. 또 같은 달 20일에는 아내 B씨의 회사 동료들에게 녹음된 내용을 들려주며 불륜관계를 폭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설치된 녹음기에는 "O O 같아" 등 성관계를 연상 시키는 말 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아내 B씨의 직장동료인 C씨는 성관계를 목적으로 16차례나 A씨의 주거지에 침입한 사실이 인정됐다. 

A씨는 아내의 불륜으로 혼인관계 파탄을 겪게 됐고 결국 이혼해 어린 딸을 홀로 양육할 책임을 부담하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몰래 녹음하게 됐고, 순간적으로 극심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명예훼손 범행에 이르게 됐다"면서 "범행 동기 및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아내 B씨는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부정행위를 확인하고 느꼈을 배신감, 불륜관계임이 밝혀진 후 B씨와 C씨가 보인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보면 형을 선고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은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으리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형의 선고 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선고유예는 범행이 경미한 범인에 대해 일정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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