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잔여백신 접종 '오락가락'..30∼40대 다시 허용

[경향신문]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정부가 50세 이상 연령층에만 권고했던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을 잔여백신 예약을 통해 희망하는 경우 30세 이상도 맞을 수 있도록 했다. 백신 부족 속에 버려지는 AZ 백신이 잇따른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AZ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대상 연령층을 축소했던 정부가 안전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없이 대상 연령층을 다시 확대하면서 수급 상황에 따라 백신 정책이 오락가락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3일 “위탁의료기관, 보건소,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에서 30세 이상 희망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 접종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위탁의료기관 예비명단을 통한 접종은 이날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당일 예약은 17일부터 시작한다. 연령대별 사전예약을 통한 접종보다 빨리 접종하고 싶은 30~49세를 위한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

이는 지난 12일부터 60~74세 등에 대한 AZ 백신 2차 접종을 진행하면서 잔여백신이 대거 쏟아지고 폐기량이 속출하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우려로 정부가 접종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올리면서 AZ 접종이 허용되는 연령층이 좁아졌고 AZ 백신 기피 현상까지 겁쳐 버려지는 백신이 늘어났다.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로 모더나·화이자 백신 접종 간격이 6주로 늘어난 상황에서 한쪽에선 백신이 버려졌던 셈이다.

이에 따라 30~49세 AZ 잔여백신 접종자는 2차로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된다. 상반기에 AZ 백신을 맞은 49세 이하 연령층이 화이자 백신으로 교차접종 하는 것을 감안한 조치다. 원한다면 2차로 AZ 백신을 맞을 수도 있다. 1·2차 접종간격은 8주다.

안전성 문제로 두 차례나 AZ 접종 권고 연령을 변경했던 정부가 또다시 연령을 조정하면서 접종 희망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내 AZ 백신 접종은 1269만건에 달한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나타난 접종자는 3명이며 이 중 30대 남성 1명이 숨졌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연령별 접종의 이득과 위험은 방역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4차 유행으로 감염 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이득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Z 접종 이득과 위험을 비교해온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AZ 백신 접종으로 인한) 손해는 100만명당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2건 정도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반면 이익은 유행이 심해져 2배가 됐기 때문에 접종 연령을 조절할 수 있다”며 “접종 간격이 길어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자발적인 접종 의사가 있는 것까지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안전성을 분석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 정부가 접종 이득이 위험을 상회한다는 과학적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며 “국민 개개인이 백신 부작용을 판단해 결정하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늘어나는 접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을 예상된다. 40대 이하 연령층은 이번달 말부터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 때문에 AZ 백신을 선택할 유인이 크지 않다. 현재 10부제로 진행 중인 18~49세 사전예약 참여율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10부제 예약 대상자 중 예약을 마친 사람은 60% 정도에 그친다. 화이자·모더나 백신 부작용인 심근염·심낭염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화이자사와 내년에 활용할 백신 3000만회분을 추가로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필요할 경우 상호 합의한 기간이나 조건에 따라 3000만회분을 더 구매할 수 있는 옵션도 열어놨다.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40만회분과 직계약분 10만회분을 합친 얀센 백신 50만회분은 23일부터 교정시설 입소자, 요양병원·시설 미접종자, 국제항해 종사자 등에 접종키로 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