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아닌 '선수' 담은 '국가대표'..이은규 PD "피부 와닿는 이야기 하고파"[인터뷰]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여성 스포츠인 6인의 이야기를 다룬 KBS1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이하 '국가대표')가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12일 방송된 '국가대표'는 '다큐멘터리 개그우먼', '다큐멘터리 윤여정'에 이어 3번째로 선보인 '아카이브X인터뷰' 다큐멘터리다. 김연경, 박세리, 지소연, 남현희, 김온아, 정유인이 출연해 여성 운동선수의 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김연경, 박세리, 지소연, 남현희, 김온아, 정유인은 남성 선수에 편향된 스포츠계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개인적인 성취를 이뤄낸 것은 물론, 세상의 변화에도 일조한 이들의 삶은 큰 울림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선수 6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낸 이은규 PD의 연출력도 돋보였다.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이들의 인생을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풀어냈고, 선수들의 인터뷰에도 달리 개입하지 않았다. 그저 공감력을 갖춘 청자로서, 왜곡 없이 전달할 매개체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덕분에 별다른 양념이 필요 없는 이들의 서사는 더욱이 빛날 수 있었다.
남현희가 친분이 있는 박세리를 "언니"라고 지칭한 인터뷰에서도 제작진의 기획의도가 확연히 보였다. '언니'라는 말을 '감독 박세리'라는 자막으로 기입하며, 이들이 '여성'이 아닌 스포츠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라는 것에 초점을 뒀음을 강조했다.
'국가대표'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기도, 분명히 다르지만 그럼에도 닮아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 울컥하기도 했다. 이에 '국가대표'는 동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국가대표'의 연출을 맡은 이은규 PD는 13일 스포티비뉴스와 나눈 전화 통화에서 "역사적으로 기록됐으면 하는 성취를 이룬 여성들이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이게 다큐멘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미 서사가 완벽한 분들이고, 이분들의 이야기는 조금만 검색해봐도 다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분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전달된다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운동선수의 이야기가 아닌, 각자 위치에서 고민하고 최선을 다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20 도쿄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으로 주목받았다. 올림픽에 참가한 여성 선수의 비중이 48.8%에 달해, 역사상 성비가 가장 균일한 올림픽이라는 평이 있었다. 이 가운데 '국가대표'는 시류에 부합하는 주제를 다루며 큰 관심을 끌어냈다.
이은규 PD는 "이번 올림픽에서 다양한 이슈가 나왔다. 이러한 이슈들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했다. '공영방송도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도장 같은 작업을 하고 싶었다. 시의적으로 좋은 기회를 얻어 방송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은규 PD는 '국가대표'에 출연한 선수 6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PD는 "카메라 앞에서 누군가는 불편할 만한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어렵게 느끼는 부분이다. 하지만 선수분들이 다들 용기를 내주셔서 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은규 PD는 앞서 코미디언 박나래, 김지민, 오나미, 송은이, 김숙, 배우 윤여정 등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만난 바 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서 KBS에 입사했다는 이 PD는 "앞으로도 제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은규 PD는 "제가 보고 자란 거대 담론도 좋다. 민주주의도 있고, 인권도 있고. 그런데 막상 다큐멘터리를 만들다 보니 제가 30대 여성으로서 느끼고 있는 세상을 전하고 싶었다.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목소리에 관심이 가더라. 이를 전달하려고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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