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2'이 부모의 생(生) 다루는 법, 삶 그리고 화양연화[TV와치]

서유나 2021. 8. 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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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유나 기자]

부모의 생(生)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아닌, 삶이자 화양연화였다.

부모라는 주제를 두고 각자의 시선에서 에피소드를 다룬 8월 12일 방송된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8회에 호평이 쏟아졌다.

이날 병원에서는 안정원(유연석 분), 채송화(전미도 분)의 어머니를 비롯한 다수의 보호자들의 부모님에 대한 사연이 펼쳐졌다.

내내 스스로 치매가 아닐까 걱정하던 안정원 모 정로사(김해숙 분)는 치료가 가능한 수두증을 진단받은 뒤 안도했고, 반면 채송화의 어머니는 파킨슨병 초기 진단을 받아 충격을 줬다.

부모님의 뜻밖의 병세에 당혹하는 건 두 사람뿐이 아니었다. 심내막염으로 또 한 번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아들, 뇌종양에 걸린 어머니의 수술 문제를 놓고 싸우는 남매,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고령의 아버지의 수술을 원치 않는 딸까지. 자식들은 각자의 사연과 고민을 안고 아픈 부모님의 보호자 자리를 지켰다.

그런 가운데 몇몇 자식은 '보호자'로서 부모님의 인생을 자신의 뜻대로 단정하고 결정지으려 했다. 특히 싸우던 남매 중 오빠는 어머니 수술 여부를 놓고 "어머니 연세가 내일모레 80세이신데 수술이 의미가 있냐"며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 수술하고 더 안 좋아지시면 그땐 어떡할 거냐. 그냥 순리대로 하자"라고 뜻을 주장했다. 그는 "엄마도 그걸 원하실 것. 우리 엄마 그만 힘들게 하자. 우리도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라는 말로 자신의 생각들을 전부 합리화했다.

이 아들의 발언을 숨어서 듣게 된 어머니는 복잡한 표정으로 차마 발걸음도 돌리지 못했지만, 그에 대한 답변은 다른 아버지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이날 앞으로 살아가는데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경과를 확신하기 어려운 무모한 수술을 자신의 뜻으로 결정지은 77세의 한 아버지는 "내일 죽더라도 하고 죽겠다. 하루를 살더라도 사람답게 살다 죽으련다"는 말로 단순한 '생'이 아닌 노년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케 했다.

이날의 회차를 관통하는 주제가 결국 황혼(黃昏, 사람의 생애가 한창의 고비를 지나 쇠퇴하여 종말에 이른 상태)이 아닌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임을 알 수 있는 대목.

여기에 더해 수두증 수술을 통해 병을 극복하고 치매 위기를 넘긴 정로사는 "엄마가 하루하루를 화양연화로, 좀 더 이기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아들 안정원의 응원 속 남들이 손가락질할까 봐 망설였던, 과거 청춘을 바쳤던 일을 시작했다. 바로 키보드였다. 이후 그녀는 아들과 친구들이 하는 밴드 '미도와 파라솔'에 객원멤버로 참여해 나이를 뛰어넘는 찬란한 합주의 순간을 선보였다.

어쩌면 부모를 가장 모르는 건 자식일지도 모른다. 안정원과 채송화는 의사이면서도 어머니의 병에 무심한 자식이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그동안 괜찮은 줄 알고 살아왔기에 희박한 확률에 아버지의 목숨을 걸고 싶지 않았던 딸은 완강한 아버지의 수술 의사에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의 삶을 멋대로 단정 짓던 아들은 일확천금했다는 친구를 하루아침에 잃고서야 금전의 허망함과 상실의 고통을 헤아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우리 모두가 가족에게 특히 부모에게 가장 무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친구에겐 쉽게 말하는 진심이 내 부모에겐 털어놔지지 않고, 어느새 부모의 나이를 지는 해쯤으로 여기며, 여전히 찬란한 그들의 청춘을 잊는 것. 그리고 그들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걸지 않는 것.

그러다 더 이상 퇴로가 없는 3차 병원에 도달해서야 많은 이들은 스스로의 무심함과 다른 것들의 덧없음을 깨닫곤 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은 이런 3차 병원 속 가슴 아픈 에피소드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미리 되짚게 만든다. "어느 날 걸려오는 전화 한 통에 휙휙 바뀌는 게 인생.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정로사의 말처럼, 우리는 그 한 통의 전화에 어떤 후회도 없을 인생을 살고 있는가. '슬기로운 의사생활2'이 8회를 통해 짚은 부모님의 이야기가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반성과 감동의 여운을 남겼다. (사진=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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