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행운일까 불행일까

광우 기자 2021. 8. 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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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 스님, 화계사 교무국장

고사성어 ‘새옹지마’서 보듯

길흉화복 한 치도 알 수 없어

금방 지나갈 것 같던 코로나

억세고 질기게 우박 퍼부어

이런 때일수록 절망하지 말고

묵묵히 버티며 희망 노래하자

만리장성 북쪽 변방에 한 노인이 살았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한 형편에 키우던 말 한 마리가 국경 너머 이민족 땅으로 달아났다. 찾아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노인을 위로했다. 노인이 말했다. “이 일이 혹시 복이 될지 어찌 알겠습니까?” 사람들은 노인의 말이 이상하다 생각했다. 몇 달이 지나서 도망갔던 말이 돌아왔다. 놀랍게도 날래고 잘생긴 말까지 덤으로 데려왔다. 사람들이 모여 노인을 축하했다. 노인은 덤덤하게 말했다. “이 일이 혹시 화가 될지 어찌 알겠습니까?” 사람들은 노인의 말이 별나다고 생각했다.

날쌔고 좋은 말을 얻게 된 노인의 아들은 기뻐하며 항상 말을 타고 놀았다. 어느 날 말을 타고 달리다가 그만 낙마해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는데, 안타깝게도 절름발이가 됐다. 사람들은 노인을 크게 위로했다. 노인은 말했다. “이 일이 오히려 복이 될지 화가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몇 년 뒤 국경 너머 이민족과 전쟁이 벌어졌다. 모든 젊은이가 나라의 명령으로 창과 활을 들고 전투에 나갔다. 마침내 전쟁은 끝났지만 마을에 살던 젊은이들 열에 아홉은 죽고 말았다. 그런데도 노인의 아들은 무사했다. 다리를 절뚝이는 탓에 전쟁터에 차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명한 고사성어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스토리다. ‘새옹(塞翁)’은 변방에 사는 노인이란 뜻이다. 인생의 길흉화복이 한 치 앞도 헤아릴 수 없음을 말한다.

어느 행색이 초라한 남자가 나귀와 개를 데리고 먼 길을 걷고 있었다. 날이 지고 저녁이 돼 하룻밤 쉬어 갈 곳이 필요했다. 작은 마을에 들어가 잠잘 곳을 부탁했지만 매정하게 거절당했다. 결국, 마을 입구에 있는 허름한 헛간을 발견하곤 그곳에다 짐을 풀었다.

‘오늘은 운이 나쁘구나. 거칠고 지저분한 곳에서 밤을 보내야 하다니.’

나그네는 작은 램프를 꺼내 불을 밝혀 책을 읽었다. 그때 바람이 휙 불어오더니 등불이 꺼지고 말았다. ‘몸은 피곤하고 잠자리는 불편한데 책조차 편히 보기 힘들구나.’ 나그네는 누워 잠을 자기로 했다. 여행의 피로가 컸던지 송장처럼 죽은 듯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 날 개운하게 일어나 헛간 밖에 나와 보니 매어둔 나귀와 개가 처참하게 죽어 있었다. 밤에 맹수가 나타나 나귀와 개를 죽인 것이다. 나그네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슬픔에 잠겼다. ‘이번 여행은 재수가 좋지 않구나. 어쩌다 이런 일까지….’

짐을 챙겨 무거운 발걸음으로 마을에 들어갔다. 어쩐 일인지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여기저기 집들이 부서져서 큰 싸움이 일어난 흔적이 가득했다. 주변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 “이보시오, 정신 차리세요. 마을에 무슨 일이 생겼나요?” 그에게 물을 먹였다. 가까스로 의식을 차린 사람이 힘겹게 말했다. “간밤에 도적 떼가 나타나 마을을 약탈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죽었고,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이리저리 도망가거나 도적 떼에 납치당했을 겁니다.”

나그네는 소름이 돋았다. ‘만약 내가 마을에서 방을 얻어 잠을 잤더라면 나 또한 도적 떼에 피해를 봤을 것이다. 만약 밤늦게까지 등불을 켜놓고 있었더라면 내가 있는 곳에도 도적들이 침입했을 것 아닌가. 그리고 개와 나귀가 살아 있었다면 도적들이 지나갈 때 요란하게 짖거나 소란을 피웠을 것이고, 도적들이 눈치채고 헛간에 있는 나를 발견했을 거다….’ 나그네는 깊이 탄식했다. “인생이여! 행운과 불행을 한 치 앞도 알 수 없구나.” 나그네는 훗날 아이들에게 이때의 경험을 들려주며 항상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을 살면서 나쁜 일이 생겨도 결코 포기하거나 낙담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지금 불행이라 생각되던 일이 언젠가 큰 행운이 돼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큰 바다를 건너는 배와 같다. 맑은 날이 될지 먹구름이 덮일지 혹은 태풍이 불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다. 지금 세상은 먹구름 가득히 태풍 속에 잠겨 있다. 큰 비바람과 우박이 내리치는 느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다. 초창기 코로나19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금방 스쳐 갈 폭우 정도로만 여겼다. 앞서 거쳐 갔던 ‘사스’와 ‘메르스’처럼 몇 개월이면 가라앉을 불편함으로 여겼다. 하지만 억세고 질긴 코로나19는 흉포한 송곳니로 아직도 시퍼런 우박을 퍼붓고 있다.

정말 세상일은 한 치 앞조차 헤아리기 어렵다. 갑자기 튀어나온 바이러스가 이토록 온 세상을 난도질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코로나19의 칼바람은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 지금까지도 아물지 않은 상처 사이로 언제 멈출지 모를 한파가 후벼 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비록 힘들고 시리도록 괴롭지만 이런 때일수록 긍정을 노래해야 한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내리막길이 있고, 폭풍 뒤에는 반드시 맑은 하늘이 찾아온다. 복(福)이 화(禍)가 될지, 불행(不幸)이 행운(幸運)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의 이 괴로움이 나중에 더 큰 즐거움으로 찾아올지 그 누가 알겠는가. 오늘을 묵묵히 버티며 내일의 희망을 간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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