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인터뷰 >최의택 "SF로 위·아래·좌·우가 없는 '둥근세계' 구현하고 싶다"

박동미 기자 2021. 8. 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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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아이들’로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최의택 작가가 어머니 박미서 씨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 작가는 자신의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가닿게 된 이 놀라운 변화가 가족의 지원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아작 제공

■ 문윤성 SF문학상 대상 ‘슈뢰딩거의 아이들’ 작가 최의택

화상키보드로 글자 일일이 클릭

200자 쓰는 데 5분씩 걸리지만

소설 집필할 땐 하루 20장 써

스티븐 킹·정유정 작가 좋아해

학창시절 국어보다 과학 즐겨

실험하다 화상입고 ‘불쇼’도

맨땅 헤딩하듯 익힌 글 감각

다음 작품은 스릴러 도전 고민

국내 최초의 과학소설(SF) 장편 ‘완전사회’(1967)를 쓴 고 문윤성 작가(1916∼2000)를 기리는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100편이 넘는 응모작 중 최의택(30) 작가의 ‘슈뢰딩거의 아이들’(아작)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했다. 선천성 근위축증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휠체어 생활을 해온 최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단편 소설을 발표하며 조용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던 그가 이번 수상을 통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장애를 지녔지만 장애 이야기를 외면하고 싶었고, 디스토피아적 불안함이 두려워 SF를 쓰지 않던 그가, 본격적으로 장애를 말하고 SF의 ‘가능성’을 믿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런 자신에 대해 그도 “탐구해볼 주제”라며 웃었다. “이제야 해방 전 풍전등화 같은 상황을 견딜 만큼 성장한 걸까요”라고 되묻는 최 작가를 만났다. 코로나19와 몸이 불편한 작가의 상황을 고려해 인터뷰는 이메일과 카카오톡으로 진행했다.

―쓰는 일은 굉장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슈뢰딩거의 아이들’을 쓰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문학상 수상으로 다시 관심을 받아 다소 당황스럽다. 소설 쓰는 일은 습관처럼 몸에 굳어져 딱히 힘들지 않다. 물론 남들처럼 두 손으로 키보드를 칠 수 있으면 더 다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감히 ‘곽재식’ 작가의 속도를 넘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하하.”

―어떤 식으로 글을 쓰나.

“화상 키보드로 쓴다. 마우스로 일일이 클릭해서. 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200자에 5분 정도 걸리지만, 소설을 쓰면 하루에 3000∼4000자(200자 원고지 20장 분량) 정도 쓰는 것 같다.”

―집필 초 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일부러 피했다고 들었다. 왜인가.

“외면이다.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장애인의 불행함이 노골적으로 비치면 채널을 빨리 바꾼다.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장애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불행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그래서 소설을 쓸 때도 피했다. 어차피 ‘재미’와도 관련 없다 생각했다. 그러다 김초엽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게 단순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장애 이야기가 ‘재미’ 없을 것 같았다는 말로 정리된다. 이것은 최 작가의 글쓰기 지향과 관계 있나.

“소설은 재밌고 가벼운 게 최고라 생각하는데 이 ‘재미’와 ‘가벼움’은 설명이 필요하다. ‘재미’는 내가 무엇을 보더라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나는 감동적이라든가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든가, 구성이 좋다든가 하는 모든 좋은 점을 그냥 ‘재밌다’고 표현하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분명 ‘슈뢰딩거의 아이들’이 가볍기만 한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주제를 가볍게 다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소설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 작가는 고등학생인 10여 년 전 장애로 인한 체력적인 문제로 학교를 그만뒀다. 학업은 중단했지만, 당시 그의 안에서는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최 작가는 그걸 모른 척할 수 없었기에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고 여기에 있게 한 것일지 모른다”고.

―맨 처음 쓴 소설이 궁금하다.

“판타지 소설로 시작했다. 천사가 실은 돌연변이일 뿐이고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았지만, 타고난 능력으로 옛날 사람들을 지배했고 등등, 그렇고 그런 이야기. 대책 없이 썼다. 맨땅에 헤딩하듯 쓰면서 감각을 익히고, 뒤늦게 작법에 대해 고민했다. 나는 아무래도 안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도 썼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학교 다닐 때부터 글 쓰는 데 소질이 있었는지. 국어수업을 좋아했나.

“국어는 싫어했다. 영어와 과학을 좋아했다. 실험시간엔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휠체어 높이에 맞지 않는 실험실 책상에서 삼발이 심지에 붙은 불을 끄려다 화상 입고 ‘불쇼’도 하고 그랬다.”

―스티븐 킹과 정유정 작가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킹의 ‘조이랜드’는 성장소설 같은 벅차오름이 있어 좋아하고, 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 사이코패스의 시점이 너무나 강렬해 좋아한다. 그런데 킹과 정 작가를 거론하는 것은 대선 후보가 세종대왕을 롤모델로 꼽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 같다. 최근엔 어슐러 르 귄과 레이 브래드버리, 김금희 작가의 책을 읽었다. 되도록 다양하게 읽으려고 한다.”

SF를 쓰기 전부터 최 작가는 마인드 업로딩이나 가상현실(VR) 같은 미래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신체적 불편함을 겪고 있는 그에겐 자연스럽게 빠져들 만한, 그리고 써볼 만한 분야였다. 그는 “새로운 인격체들이 살아 숨 쉬는 전자적 세계는 내게 있어 유토피아 같은 곳”이라며 “그러한 기술이 과학적으로는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이 짜릿하다”고 전했다. ‘슈뢰딩거의 아이들’도 VR 공간 ‘학당’에서 아바타가 수업을 받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2050년이 배경이다.

―VR 속이지만 소설은 학교생활을 다룬다. 학교가 준 경험들은 어떠했나.

“휠체어를 타고 다닐지언정 그렇게 부족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나댔던 과거가 떠올라 아찔할 만큼 부끄럽다. 다 떠나서 아무래도 미래의 학교를 다루다 보니 뭔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뽐내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2050년 가상의 학교 공간이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비대면 수업과 겹쳐지기도 했다.

“한창 세상을 확장해야 하는 시기인데, 아이들이 불완전한 기술로 땜질한 시스템에 갇혀 어중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의 미래를 떠올리면 죄스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학교가 이제야 제 길을 마주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매우 중요한 포인트에 서 있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세상이 “SF 같다”고 한다. 소설 속 가상학교는 일종의 ‘메타버스’ 교육 같고….

“VR 개념을 좋아하다 보니 거기서 출발을 하는 경향이 있다. 또, 등장 인물들의 나이대를 정하고 보니, 한국이란 사회에서 교육의 장으로부터 탈출하기 어려운 존재들이란 걸 알았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빤한 설정이다.”

―코로나19는 내재했던 사회 시스템적 문제들을 수면 위로 올라오게 했다. SF로 구현하고 싶은 세계는 무엇인가.

“둥근 모양이면 좋겠다. 위, 아래, 좌우가 없는. 물론 불안정하겠지만 적어도 그 안에서 존재들은 행복해하지 않을까. 이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기술은 그러한 방향성을 이미 지니고 있다. 지금도 세상은 둥글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속도를 더 내야 할 것 같지만….”

최 작가에게 코로나19는 “피상적”이다. 지금도, 그리고 이전에도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했다. 최 작가는 일 년에 열 번이 조금 넘게 산책하고, 한두 번 정도 영화를 보기 위해 억지로 극장에 간다고 했다. 그의 ‘다른’ 일상을, 그리고 ‘다른’ 삶을 지탱해 주는 건 글쓰기와 가족이다.

―문학상 수상 후 “마침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존재의 의미’를 되찾았다고 해석해도 될까.

“존재의 의미는 수상과 상관없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찾을 수 있었다. ‘마침내 무언가’라는 건 행위자로서 사회 작용을 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크다. 집에서 글을 쓰는 건 똑같지만, 이제 내 목소리가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으니까. 이보다 더 큰 변화가 있을까.”

―그 변화를 가능케 한 가장 큰 힘은.

“부모님의 존재다. 대상 수상 후 나 말고 부모님도 축하를 많이 받으셨다. 그건 단순히 자식의 경사에 대한 축하가 아닌, 자식의 경사가 가능한 토대를 마련한 부모님의 노고에 대한 응원과 격려였다. 혼자서는 그 어떤 행동도 불가능한 내가 마침내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렇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 얼굴 보고는 못 한다. 하하.”

―글 쓰는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을 했을 것 같나. 아니 하고 싶었는지.

“연기?(웃음) 끊임없이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 왠지 재밌을 것 같다.”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소재는?

“스릴러를 써보고 싶기도 한데, 우선은 급하게 소설집을 위한 원고부터 마감해야 한다. 인공 CEO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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