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ㅣ 오팔세대를 가족으로 만든 공룡 팬덤 ①
아이즈 ize 글 한수진 기자 2021. 8. 13. 10:10
아이즈 ize 글 한수진 기자
오팔세대(경제력을 갖춘 5060세대)가 엔터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경제력까지 갖춘 이들의 파급력은 업계 판도까지 바꿀 정도로 기세가 대단하다. "엄마는 강하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는 요즘이다.
오팔세대의 주 활동 영역은 트로트다. 일명 트로트 팬덤으로도 불리는데,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출신 송가인 임영웅 김호중 영탁 장민호 이찬원 등의 오팔세대 팬덤의 규모가 가장 두드러진다. 트로트가수로부터 집약된 팬클럽 가입자수만 해도 많게는 16만여 명부터 적게는 5만여 명을 웃도는 상황. 이는 중형 기획사 인기 아이돌 그룹과 비슷한 규모다.
이들의 소비 방식도 여느 아이돌 팬덤과 다르지 않다. 일명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내 스타에 심취해 그와 관련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이라 일컫는 팬덤 활동의 가장 기본인 앨범&굿즈 구매부터, 조공(촬영장 등에 커피차나 도시락 등을 서포트하는 행위), 음원 스트리밍, 전광판 광고, 심지어 기부와 봉사활동과 같은 대외 활동도 열심히 한다.
서울 한복판에 놓인 대형 LED 전광판에는 임영웅의 얼굴이 등장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 광고란에는 영탁, 장민호, 정동원 등의 얼굴이 떡하니 자리해 있다. 그것도 가수를 향한 팬덤들의 애정 가득한 문구와 함께. 또 임영웅과 김호중, 영탁 등은 자타공인 '음원강자'다. 실시간 음원차트 줄세우기는 기본이고, 임영웅의 경우엔 지난 3월 발매한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로 트로트 장르 최초로 1위까지 올랐다. 김호중 팬클럽 '아리스' 회원이라고 밝힌 60대 여성 김 모 씨는 "지난해 '미스터트롯'을 보고 김호중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 노래도 잘하지만 무엇보다 성실하게 꿈을 이룬 모습에 응원하게 됐다. 딸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워 팬클럽까지 가입했다. 아리스들과 김호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소통하고 있다. 요즘 나의 가장 큰 낙이자 재미"라고 말했다.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 회원인 50대 여성 최 모씨는 최근 정수기를 바꿨다. 기존에 쓰던 정수기의 렌탈 계약이 끝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임영웅이 모델로 한 제품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임영웅은 현재 다양한 제품의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최 씨는 "임영웅이 선전하는 제품들을 웬만하면 다 사용하고 있다. 가수에게 조금이나마 응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며 "임영웅에게 받은 감명과 삶의 활력에 비하면 이러한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최 씨도 자녀에게 스트리밍하는 방법을 배워 '열스밍'도 꾸준히 하고 있다.
실제로 인기 트로트가수들이 모델로 활동하는 제품들은 확실한 매출 상승 효과를 보고 있다. 일례로 임영웅은 광고 모델료로 지난해만 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가 광고 모델로 활동한 제품들은 무려 510%의 매출 상승을 기록하며 엄청난 파급 효과를 거뒀다. 영탁, 장민호, 정동원 등의 트로트 스타들도 요새 잘 나가는 광고 모델이다.
트로트 팬덤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일명 '큰 손'으로 불리는 이유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팔세대는 초고속 성장을 이끈 세대로서 배워야 산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디지털 향학열로 서로를 가르쳐주며 디지털 기반의 팬덤 문화에도 빠르게 정착했다. 오팔의 팬덤은 젊은세대보다 깊이와 규모가 남다르며, 다양한 창구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타 연령대 대비 많은 자산규모를 비추어 볼 때 소비시장에서 오팔세대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트로트가수가 모델인 제품들의 매출 상승도 이러한 '큰 손'들의 영향이 컸다.
전문가들은 이들 팬덤의 등장 배경에 대해 크게 사회·경제적 여유와 기대수명의 연장, 자기표현의 욕구, 대중문화 소비 채널의 다양화 등을 꼽았다. 문화를 즐길 모든 요소가 충족됐다는 뜻이다. 이는 '미스&미스터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나면서 잭팟을 터트렸다. 트로트에 내재된 한과 흥, 그리고 가수들의 사연이 오팔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강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이는 방송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세대 내 유대감을 빠르게 조성하며 팬덤으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디지털 세상이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졌다. 접근하기도, 배우기도 쉬워진 거다. 문화계 타켓층으로 오히려 오팔세대인 중장년층에게 적기가 된 것"이라며 "원하는 것에 기꺼이 돈과 시간을 낼 여유가 있고, 예전과 달리 개인 가치를 실현하려는 흐름도 해당 세대의 적극적인 문화 소비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현상이 잠깐의 열풍이 아닌 지속력을 갖고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결집력과 행동력이 매우 강하고 활동 빈도도 높기 때문. 아이돌 팬덤인 MZ세대 달리 좀 더 관대하게 스타를 바라보는 포용력도 스타에 대한 지속성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新)중년'이라 불리는 오팔세대가 이끈 트로트 팬덤의 공룡화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현재 트로트 팬덤은 흡사 가족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같은 팬클럽 회원을 친구처럼, 가수는 자식이나 동생처럼 여기며 연대하며 응원하고 있다"며 "중년 특유의 애정과 자본력 및 결집력이 트로트를 주류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의 등장에 가요계는 지금 어느때보다 활기를 띄며 다양화하고 있다. 가요계에서도 반가운 새 팬덤의 등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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