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방송시장 속 지상파 3사 신입 공채의 명암
아이즈 ize 글 신윤재(칼럼니스트) 2021. 8. 13. 09:49
아이즈 ize 글 신윤재(칼럼니스트)
오랜만에 지상파 3사가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나섰다. 지난 6월 KBS가 2018년 이후 3년 만에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시작했고 SBS와 MBC는 8월에 일정을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이 복잡한 전형과정을 거치고, 또 필요하다면 몇 주의 인턴십 과정을 거쳐 올 추석이 지나고 10월 정도가 되면 입사자를 추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채용시장이 그러하듯 지상파 채용의 문도 코로나19를 맞이해 더욱 좁아졌다. 아니 훨씬 그 이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KBS는 오랜만에 아나운서 직군을 뽑지만 SBS와 MBC에는 아나운서 직군이 들어있지 않다. 뉴스를 보면 계속 프리랜서 선언을 하는 아나운서가 늘고 있다고 하고, 프리랜서 아나운서들 사이에서도 생존을 위한 경쟁이 심화된다고 하는데 막상 업계에 새로 수급되는 인력은 없는 셈이다.
한때 지상파 방송사 신입사원 공개채용은 꿈 많은 대학생 또는 방송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 다른 직업을 가져 불행해하던 젊은이들의 축제와도 같았다. 모든 방송사마다 십 수 명 이상의 신입사원을 뽑았고 날로 세련돼 가는 TV의 이미지에 맞게 이들 역시 가장 첨단의 직장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잔뜩 고무됐다. 방송사는 다른 직업군과 다르게 화려함의 극치라 볼 수 있는 연예인들, 유명인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기자의 경우라면 사건, 사고의 현장에 가장 다가설 수 있는 입지로 더욱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공개채용은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진다면 있으면 안 된다. KBS는 올해 공채로 100명을 뽑는다. 당초 87명 충원 계획을 잡았지만 인력난에 허덕이는 노조의 요구에 따라 100명으로 맞췄다. 하지만 퇴사자의 비율을 따지면 50%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절반의 인력도 뽑지 않는 이유는 지상파 방송사가 군살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급격히 줄어든 광고수익 그리고 매체의 다변화로 절대 시청률이 줄어들면서 방송사는 예전처럼 많은 식구들이 모여 저마다 다 먹을 수 있는 직장이 되지 못한다.
MBC의 경우도 지난 2018년 6년 만에 공개채용이 부활되기도 했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만큼 지금의 지상파 매체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신입사원을 뽑아 이들을 뿌리로 회사의 기둥을 세우는 게 맞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성과주의로 변해있다. 출신이 어디든 당장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경력직의 인사들이 각광을 받는 것이다. 또한 신입사원을 장기간의 안목으로 육성하는 일이 조급증을 유발할 정도로 방송가에 드리워진 위기감이 큰 탓도 있다.
2011년 다수의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할 당시 방송을 꿈꾸던 학도들에게는 큰 기회의 장이 나타난 것 같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소수의 경력과 신문을 기반으로 한 인력이 결합된 상황에서 대거 비정규직 방송 스태프를 양산하며 몸집을 키워온 것이다. 그래서 방송 자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자신있게 방송국의 월급을 받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핵심은 TV가 더 이상 주도적인 미디어가 되지 않는 환경이다. 요즘 신문방송학과에서는 “지상파에 입사하기보다는 유튜브를 통해 감각을 키우고 그를 바탕으로 OTT(방송 스트리밍) 업체에 들어가라”는 말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TV 시청률은 날이 갈수록 깎여나가고 대중들은 기본 편성시간이 50분은 넘는 지금의 프로그램에 그다지 집중하지 못한다. 오히려 10분도 긴 유튜브 심지어는 15초를 기반으로 하는 ‘틱톡’ 등의 SNS에 열광한다.
과거처럼 방송사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입지를 올리는 일이 유튜브의 시대에는 가능해졌다. 방송사들 역시 처음에는 유튜브 계정에 자신들의 콘텐츠가 올라가는 것을 소스라치게 싫어해 올라오는 족족 계정을 잘라냈지만 지금은 앞 다퉈 계정을 만들어 과거, 최근 프로그램을 싣는다. 심지어 사내에 영상콘텐츠 사업부 등등의 부서를 설치해 유튜브의 관리를 더욱 체계화하려고 한다.
방송사 밖에서도 방송이 가능한 시대가 되니 구성원들도 그 안에 머물려 하지 않는다. 이미 KBS의 경우에는 핵심 제작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돼 실질적인 콘텐츠의 질적하락이 심화된 수준이고, 이는 다른 채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요즘 연출자들은 그나마 트렌드를 따른다고 하는 CJ ENM의 채널에서도 이탈하려고 한다. 이들 탈출의 끝에는 카카오, 네이버, 넷플릭스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가 있다. 이미 자본은 그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자본에 따라 인력의 재배치도 가속화되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공개채용을 올해도 실시한다. 이는 어떻게든 회사의 명맥은 유지해야 하는 나름의 절박한 이유에서 나온 선택이다. 공개채용에서도 순수한 신입보다는 방송의 경력이 있는 인력이 더욱 유리해졌다. 물론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 바로 방송사로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처럼 작은 방송사부터 시작해 점점 가치를 인정받는 고용구조가 정립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선진화를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따져보면 그것 또한 허울일 수 있다. 결국 지금의 방송환경은 비정규직만 대거로 양산하는 ‘프리랜서를 가장한 무책임 고용’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상파의 공개채용 연례행사는 언제까지 계속 될 수 있을까. 방송의 인력구조는 어떻게 개편돼야 하는가. 최근 지상파들의 울며 겨자먹기식 공개채용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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