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전 "잘 쓴 곡이라고 다 히트 안 해..'정성' 들어가야죠"
"팬들에 한정판 같은 음악 될 것..K팝의 '리빙 레전드'로 남고파"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아이유 '셀러브리티', 오마이걸 '돌핀'·'던 던 댄스', 태연 '아이'(I)….
제목만 봐도 절로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는 이 노래들은 모두 작곡가 라이언 전(한국명 전세원) 손에서 나왔다.
K팝 작곡가로 12년 동안 활동하면서 수많은 히트곡을 쓴 그가 처음으로 싱글 프로젝트 '맥시스'(MAXIS)를 시작한다.
그동안 함께 작업했던 아이돌을 피처링 아티스트로 내세워 연내 5∼6곡을 잇달아 발매하고 앨범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첫 곡은 NCT 도영과 해찬이 참여한 '매니악'으로 지난 12일 나왔다.
언뜻 '내 앨범'에 대한 욕심이 생겼나 싶지만, 최근 만난 라이언 전은 "아이돌과 그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선물 같은 곡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피처링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의 기존 음악에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새로운 곡을 준비한 것이다.
"아이돌과 그 팬들이 있기 때문에 저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갑'의 입장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이번 프로젝트로 나오는 음악들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팬들이 두고두고 꺼내 들을 수 있는 '한정판' 음악이 될 거예요."
첫 곡 아티스트인 NCT는 그간 'SM 컬처 유니버스'를 바탕으로 힙합 장르 곡을 주로 선보여왔으나 '매니악'은 이와는 전혀 다른 색깔을 지녔다.
샤이니 음악 같은 청량함이 느껴지면서도 오마이걸 음악처럼 알 듯 말 듯 한 비유적인 가사가 눈에 띈다.
도영과 해찬 그리고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라이언 전의 피처링 제안을 받고 곧바로 수락했다고 한다.
라이언 전은 "녹음 때 보니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연습을 많이 해 왔다"며 두 사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라이언 전은 얼마나 진정성 있느냐를 기준으로 피처링 아티스트를 골랐다.
댄스곡뿐만 아니라 어쿠스틱, 힙합, 미니멀 팝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뷔페식'으로 차려놓은 뒤 떠오르는 가수를 연결 지었다.
"얼마나 간절하고 진심인가를 중점적으로 봤어요. 거기에 저의 창의성을 깨우는 가수인가도 생각해봤죠. 프로듀싱할 때 영감을 주는 가수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지금이야 톱급 아이돌과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는 히트 메이커가 됐지만, 그의 시작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경남 진주 출신인 라이언 전은 어릴 적 미국으로 건너가 살다가 K팝 작곡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2008년 귀국했다. 가진 건 짐가방 하나와 주머니에 든 200∼300불. 친구 집을 전전하기도 하고 노숙도 하며 살았다.
여러 기획사를 돌며 데모곡을 들려주던 그는 SM에도 찾아갔다. SM 관계자들은 미국에서 왔다면서 경상도 사투리를 심하게 쓰는 라이언 전을 보고 사기꾼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성수 SM 대표 이사는 라이언 전의 곡을 듣자마자 바로 계약금을 넣었다. 그때부터 SM 전속 작곡가로 활동하게 됐다.
"SM은 저를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회사에요. 음악은 제 유일한 숨구멍이거든요. 이성수 대표이사,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를 지금도 존경하고 감사할 수밖에 없죠."
라이언 전이 독립해 자신의 팀을 꾸린 이후에도 SM은 꾸준히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NCT의 프로젝트 곡 제작 때에도 "해달라는 건 다 해주며" 지원했다.
활동 초기 이효리 '치티 치티 뱅뱅', 샤이니 '루시퍼' 등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동방신기, 엑소, 태민, 레드벨벳, 이달의 소녀, NCT 등의 곡을 작업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최근에는 아이유 측의 제안으로 '셀러브리티'와 '플루'(Flu)를 선물해 히트에 성공했다. 당시 소속사 전화를 받은 라이언 전은 "굉장히 의외여서 스팸 전화가 아닌가 생각했다"며 웃었다.
라이언 전은 다작하는 작곡가는 아니지만, 타율이 굉장히 높다. 비결이 뭘까. 그는 이번에도 '진정성'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제가 계산적으로 곡을 만든다는 댓글을 봤어요. 그런데 공식을 따라서 잘 쓴 곡이라고 해서 다 히트곡이 되지는 않아요. 저는 아주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음식을 준비하듯 정성을 다해서 곡을 만듭니다"
그는 이번 '맥시스' 프로젝트 곡 역시 "영혼을 갈아 넣었다"며 "생명력 있는 노래로 K팝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어린 시절 팝부터 헤비메탈까지 모든 장르를 섭렵한 라이언 전의 마음을 잡아끈 건 결국 K팝이었던 만큼 K팝에 대한 그의 자부심과 애착은 누구보다 크다.
그는 "K팝은 세밀하게 섹션을 구상해야 하고 멤버까지 많아서 작곡하기가 매우 복잡하다"면서도 "그게 바로 K팝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컬러풀하잖아요. 선정적이지 않고 시적이라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죠. 미국 팝을 보면 마약, 섹스, 중독 같은 걸 얘기하는데 K팝은 희망과 긍정을 얘기하잖아요."
K팝에 있어서는 '리빙 레전드'(살아 있는 전설)가 되고 싶다는 그는 자극적인 패스트푸드가 아닌 다소 밍밍하더라도 건강에 좋은 한정식 같은 음악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프로젝트 슬로건이 'Keep Music Alive'(음악을 생동하게 하라)인데요. 작곡가로서 제 목표이기도 합니다. 20∼30년, 아니 100년이 지나도 대중의 추억이 되고 기억에 남는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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