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은 49명인데, 식대는 175명분?'..예비 부부들 한숨

[앵커]

전국적으로 거리두기 4단계, 또는 3단계를 시행하면서 특히 한숨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예비 신랑 신부들인데요.

예식장 하객 인원이 49명으로 제한되면서, 식장에 들어오지도 못할 손님들의 밥값까지 내야 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사회부 양민철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양 기자, 결혼식은 현재 49인까지로 입장 인원이 제한돼 있죠?

[기자]

네, 아시다시피 현재 수도권은 거리두기 4단계, 그 외 대부분 지역엔 3단계가 적용 중입니다.

3, 4단계에선 결혼식장 입장 인원이 모두 49명까지로 제한되는데요.

이 때문에 예식장 측과 예비 부부들 사이의 분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예비 신랑의 사례를 보면서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이 사람은 지난해 가을, 서울의 한 예식장과 하객 250명분의 식대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올라가면서 49명만 입장이 가능해졌죠.

따라서 나머지 2백 명은 입장할 수가 없는 건데요.

예식장 측과의 협의 끝에 175명 분만 내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49명을 제외한 126명의 식대는 그대로 내야 하는 겁니다.

이 예식장은 대신, 하객에게 답례품 명목으로 와인세트 126개를 주기로 했지만, 예비 부부들은 불만족스러운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 예식장말고도 다른 예식장도 사정이 비슷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결혼식장은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전부터 예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습니까?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예식장에서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같은 예식장을 예약한 예비 부부들끼리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기도 한데요.

지금 보시는 게 한 예식장 계약자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대화방입니다.

1인당 식대가 4만 원이 넘는데도, 식사 대신 원치 않는 답례품을 예식장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불만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식장이 식대를 받는 대신, 홍삼스틱이나 참기름 등을 주겠다고 했기 때문인데요.

식대보다 훨씬 저렴한 물품들로 구성됐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런데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그게 문제인데요.

예식업체들도 코로나19로 거의 2년째 영업에 제한을 받으면서 지금 상황이 좋질 않거든요.

이미 계약을 한 이른바 '보증 인원'을 줄여줘야 할 법적 의무도 없습니다.

예비부부들도 결혼 일정을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우선, 확산세가 언제 잦아들지 예상할 수가 없고요.

위약금 문제도 있습니다.

예식장뿐만 아니라 드레스, 분장, 신혼 여행 등 이런 예약을 모두 바꿔야 하다 보니, 위약금 액수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코로나19 등의 1급 감염병 확산 상황에선 결혼식을 연기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위약금을 면제해주거나 줄여주라는 지침을 내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일 뿐이었습니다.

[앵커]

예비부부들은 어떤 대책을 바라고 있는 건가요?

[기자]

취재진이 만난 예비부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건 정부가 좀 개입을 해달라는 겁니다.

현행 거리두기 지침상 결혼식장은 규모와 상관 없이, 최대 49명까지만 입장이 가능하죠.

그런데 좀 큰 예식장에는 더 많은 인원이 들어올 수 있게 방역 수칙을 완화해 달라는 겁니다.

일부 예비 부부들은 규모에 따라서 입장 인원이 달라지는 종교시설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기도 했습니다.

분쟁이 잇따르자,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나섰는데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장에 입장할 수 있도록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촬영기자:유성주 최석규/영상편집:여동용

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