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과 판박이.. 해군 女중사, 석달 호소하다 죽음 택했다

원선우 기자 2021. 8. 1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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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女중사 사망 뒤
文, 대책 지시했지만
3개월도 안돼 유사사건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해군 여군 부사관이 1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군은 이날 오후 경기 모 부대 간부 숙소에서 A(32)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은 부검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지난 5월 공군 여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병영 문화 개선 대책을 지시하고 서욱 국방장관이 ‘분골쇄신’을 다짐했지만, 3개월 만에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군 당국 설명을 종합하면, A중사는 지난 5월 27일 부대 밖 민간 음식점에서 상관인 B상사와 밥을 먹다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A 중사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는데도 B상사가 ‘손금을 봐주겠다’며 신체 접촉을 했다는 것이다. A중사는 피해 당일 이 사실을 부대 주임상사에게 알렸다.

그러나 A중사의 피해 사실이 부대 지휘관에게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은 3개월 가까이 지난 8월 7일이었다. 섬에 위치한 부대에서 근무하던 A중사는 지난 9일에서야 육상 부대로 파견 조치됐다. 주임상사가 즉각 부대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데다, 가해자-피해자 분리 등 후속조치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군은 “당시 피해자가 2차 가해 등을 우려해 ‘절대 비밀로 해달라’ 등 부탁이 있었는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 A중사가 극단적인 선택 직전까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처해 있었는데도 군 당국이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군이 A중사에게 상담 등 심리 지원을 하지 않고 ‘휴가를 나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지속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방치됐던 공군 여중사 사건과 판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서욱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A중사가 성추행을 당한 시점은 공군 여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6일 뒤였다. 당시는 군 전체가 공군 중사 사건 여파로 초비상 상태였다. 공군참모총장이 사퇴하고 전군(全軍)에 성폭력 특별 신고 기간(6월 3~30일)이 운영됐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A중사 사건을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6일 공군 중사 추모소를 찾아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서 장관에겐 “철저한 조사뿐 아니라 이번 계기로 병영 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당일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병영 문화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며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했었다. 서 장관도 지난달 전군지휘관회의에서 “군 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누구도 엄벌을 피할 수 없다”며 ‘일벌백계’ ‘분골쇄신’ ‘환골탈태’ 표현을 썼지만 해군 중사의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했다.

국방부는 이날 “조사본부와 해군중앙수사대는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여 관련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내부에서는 서욱 장관, 부석종 해군참모총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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