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與의 언론법은 트럼프식 증오법, 꼭 막겠다"

이슬비 기자 2021. 8. 1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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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영우 제1차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 2021.08.12/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열고 ‘언론징벌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시도하려다 돌연 회의를 취소했다. 민주당은 숙려 기간을 거쳐 오는 17일 다시 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야당은 물론 정의당과 친여 시민 단체 등 우군(友軍)들까지 일제히 반발하자 여론 눈치를 살피며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이다. 각계 전문가들은 민주당에 “민주주의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말고 이쯤에서 멈추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쟁점 조항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반대투쟁 릴레이 시위 중인 KBS노동조합의 허성권 위원장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1.8.2/연합뉴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미국에서 트럼프가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하고자 했던, 이견에 대한 ‘증오 입법’이 민주당에 의해 실현되는 참사만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전날 민주당이 ‘법안 취지는 알고 비판하느냐’고 한 것에 대해서도 “이 법으로 인해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우리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험까지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안은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언론사에 피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갖고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300여 대 6000여 교수 모임인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성명을 내고 “근대 문명국가에 유례가 없는 수치스러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며 “뉴스 전면에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면 안 된다는 기득권 수호의 뻔뻔함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쯤에서 멈추라”고 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법안”이라며 “법안을 의결하려는 시도 자체가 부끄러운 일로 이쯤에서 법안 처리 시도를 중단하라”고 했다. 이완수 동서대 교수는 “언론의 자유와 공정한 보도는 법적 규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근본적 발상이 잘못된 법안으로 시도되지 말았어야 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야당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최근 몇 년간 언론 오보의 최대 피해자는 저 윤석열이지만 그럼에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법’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민주당은 뒤늦게 “특권층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문체위 간사 박정 의원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위공직자와 선출직 공무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 및 그 주요 주주,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며 “이렇게 하면 많은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대 5배’ 손해배상을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청구 대상 조정은 꼼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고위공직자가 퇴직하고 손배를 제기할 경우는 어떻게 할 건가.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을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각계의 반발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이달 안에 처리할 생각”이라고 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권리당원 게시판에 “언론 개혁을 주춤하는 이유가 뭐냐”며 지도부를 압박 중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선 “대선을 앞둔 시기에 민생 현안도 아닌데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 방식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야당에 “대안을 가져오라”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언론징벌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명확한 야당 입장”이라며 “대안을 가져오라는 건 여당의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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