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유야~너는 사람의 뜻을 하늘에 전하는 우주목이란다"

한겨레 2021. 8. 1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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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 월 10 일 아들이 담양의 본가를 찾아왔습니다 . " 환아 , 유유히 여유롭게 살되 속은 단단하다는 뜻으로 도도 이름을 ' 유단 ' 이라고 하면 어때 ?"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잠깐 생각하던 아들은 " 유단을 거꾸로 하여 ' 단유 ' 라고 부르는 것이 어감이 더 좋아 보이는데요 " 하더군요.

그래서 ' 단유 ' 를 나름대로 이렇게 풀어보았습니다 . " 단유야 , 너는 사람의 뜻을 하늘에 전하는 우주목이란다 ." 뚜뚜 할아비가 도도에게 들려주는 첫 번째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요 ? " 아가야 , 너를 중심으로 이 우주가 돌고 있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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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축하합니다] 첫 손녀에게 주는 할아버지의 글
첫 손녀 단유를 안아보고 있는 할아버지 김상윤씨. 가족 제공
첫 손녀 ‘단유’ 이름을 지어준 할머니 정현애씨. 가족 제공

우리 손녀 도도가 태어났습니다 . 지난 7 월 5 일 12 시 58 분이었습니다 . 내 나이 일흔넷에 나도 드디어 ‘ 할아비 ’ 가 되었습니다 .

아들 녀석이 돌이켜보니, 지난해 한글날 무렵에 아이를 갖게 된 것 같더랍니다 . 인터넷에서 ‘ 세종대왕 ’ 을 검색하니 , 세종의 이름이 ‘ 이도 ’ 더래요 . 아들이 센스 있게 ‘ 이씨 ’ 를 ‘ 둘 ’ 로 해석해 아기 태명을 ‘ 도도 ’ 라고 했다는군요 .

아들의 이름은 ‘ 환 ’ 인데 , 태어날 때 환하게 태어나 붙여준 이름입니다 . ‘ 너는 환하게 태어났으니 아빠 엄마처럼 험하게 살지 말고 환하게 살아라 .’, ‘ 너는 환한 땅 빛고을(광주)에서 태어났단다 .’ 물론 호적에도 한글로 ‘ 김환 ’ 이라고 올렸습니다 .

며늘아기와 아들은 도도에게도 한글이름을 붙여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 그런데 도도가 태어날 때까지도 이름을 짓지 못하고 있더군요 . 이 름 짓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

지난 7 월 10 일 아들이 담양의 본가를 찾아왔습니다 . “ 환아 , 유유히 여유롭게 살되 속은 단단하다는 뜻으로 도도 이름을 ‘ 유단 ’ 이라고 하면 어때 ?”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잠깐 생각하던 아들은 “ 유단을 거꾸로 하여 ‘ 단유 ’ 라고 부르는 것이 어감이 더 좋아 보이는데요 ” 하더군요. 그리하여 ‘ 도도 ’ 는 드디어 ‘ 단유 ’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 물론 호적에도 한글로 올릴 것입니다 .

첫딸 단유와 아빠 김환(왼쪽)·엄마(변소신)의 가족 사진. 김상윤씨 제공

예전에 ‘ 뚜벅뚜벅 ’ 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더니 , 나를 ‘ 뚜뚜 선생 ’ 이라고 부르는 친구가 있었지요 . 그런데 지난해 8 월부터 이 뚜뚜 선생이 손주 녀석들에게 들려줄 신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 만약 그동안 썼던 신화 이야기들을 쉽고 아름답게 다듬을 수 있다면 , ‘ 뚜뚜 할아비가 도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 정도의 제목으로 책을 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신화 이야기를 계속 쓰다 보니 , 우리 ‘ 단유 ’ 라는 이름도 자꾸 신화로 풀어보고 싶더군요 . ‘ 단 ’( 檀 ) 은 ‘ 하늘 ’ 이라는 뜻을 가진 ‘ 텡그리 ’ 의 한자식 표기입니다 . 단군이라는 말도 텡그리에서 가져왔을 것입니다 . ‘ 유 ’( 柳 ) 는 버드나무로서 하늘에 사람의 뜻을 전하는 우주목입니다 . 주몽의 어머니 유화 역시 버들여신의 신격을 지니고 있지요 .

그래서 ‘ 단유 ’ 를 나름대로 이렇게 풀어보았습니다 . “ 단유야 , 너는 사람의 뜻을 하늘에 전하는 우주목이란다 .” 뚜뚜 할아비가 도도에게 들려주는 첫 번째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요 ? “ 아가야 , 너를 중심으로 이 우주가 돌고 있단다 .”

담양/할아버지 김상윤·할머니 정현애, <녹두서점의 오월> 공저자

원고를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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