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인 부에노스아이레스 - 박종호 [이응광의 내 인생의 책 ⑤]
[경향신문]
“청바지를 입은 천사 같은 소년은, 밤마다 해쓱한 얼굴로, 바친 레스토랑의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며 장미를 판다.”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작곡한 ‘바친의 소년’의 가사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레스토랑 ‘바친’에서 저녁마다 장미를 파는 소년 이야기다.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봄 KBS라디오에 출연해 탱고를 불렀다.
한동안 잊고 지낸 탱고에 다시 강한 끌림을 느꼈다. 영광스럽게도, 9월 내한하는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과 협연이 확정되면서다. 탱고를 좀 더 알기 위해 이 책을 펼쳐 들자 생각지 못한 글귀와 장면들이 펼쳐졌다. 탱고는 ‘아르헨틴 드림’을 꿈꾸며 이민 온 부두 노동자들이 향수를 달래려고 추던 춤이자, 유곽을 찾은 사내들이 마음의 허전함을 주체할 길 없어 남자와 남자가 어울려 추던 춤이었다. 단지 몸짓이 아니라 영혼을 달래는 음악이었다.
피아졸라가 남긴 “탱고는 인생이다”라는 말의 의미가 선명해졌다. 피아졸라는 이탈리아 혈통으로 태어나 아르헨티나와 뉴욕, 파리를 두루 겪었다. 그가 확실히 알고 있던 것은 자신은 어디에서나 이방인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가 연주하던 반도네온은 성스러운 예배를 위해 탄생했으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선창가에서 흥을 돋우며 애욕을 부추기는 악기가 됐다. 피아졸라와 반도네온은 군중이 느끼는 피로와 생의 허무를 어루만졌다. 그의 탱고는 춤이자 음악이고 시였다. 관능과 좌절, 희망을 품은 인생 그 자체였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은 그의 유지를 이어받은 세계 유일의 앙상블이다. 비록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느낀 매혹적 경험을 목소리로 전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이 무언지 묻는다면 주저 없이 말할 것이다. “땅고!”라고.
이응광 바리톤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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