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적 공간을 살짝 비틀어보니

김예진 2021. 8. 1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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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에 그려진 그림이 휘어지고 구부러졌다.

그런가 하면 3차원 공간에 붙여졌을 벽지는 평면적 회화 작품이 됐다.

두 번째 방에서는 '벽지 그림'과 '벽지 공간'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건축물의 내부에 바른 벽지라는 내피를 평면화하고, 그 평면으로 다시 새로운 입체를 만들기도 하면서 공간 개념과 장소 개념을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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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의 공간 인식의 장소'展
포스트 네버랜드 누크갤러리 제공
평면에 그려진 그림이 휘어지고 구부러졌다. 그런가 하면 3차원 공간에 붙여졌을 벽지는 평면적 회화 작품이 됐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누크갤러리에서 예술가이자 공학자인 정소연 작가의 개인전 ‘지각의 공간, 인식의 장소’가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지각의 장소, 인식의 공간’을 비튼 것이다. 공간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역전시켜 장소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작가의 의지를 표현했다.

두 방으로 구성된 전시 중 첫 번째 방에는 ‘포스트 네버랜드’ 연작의 회화를 선보인다. 식물도감의 도판들을 저본(底本)으로 삼아 그린 그림들이다. 과장되게 만들어진 곡률 덕에 정지 화면인 회화가 동영상적인 지각 세계를 이끌어 낸다. 실제 식물보다는 이상적인 가상의 이데아라 할 수 있는 식물도감들이 과장된 곡률 위에서 왜곡되면서, 되레 실재하는 식물을 보고 그린 것 같은 리얼리티가 생긴다.

두 번째 방에서는 ‘벽지 그림’과 ‘벽지 공간’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건축물의 내부에 바른 벽지라는 내피를 평면화하고, 그 평면으로 다시 새로운 입체를 만들기도 하면서 공간 개념과 장소 개념을 오간다. 작품은 그 변환 놀이의 매개체가 된다. 현실 속에서 불가능할 상황을 작품으로 연출하는 재미가 전해진다.

황인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를 맞아 쓴 글에서 “신체와 함께 하는 지각은 장소를, 신체를 떠난 인식은 공간을 지향한다”며 “공간의 세계에서 장소를 끄집어내고 장소의 영역에서 공간을 추출해내거나 장소와 공간을 혼재시키는 실험까지 시도한다”고 평했다. 이어 “아티스트의 지각능력과 공학자의 인식능력이 번갈아 동원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28일까지.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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