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있으되, 타인은 보지 못하는 불통의 시대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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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만큼은 거짓으로 꾸밀 수 없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눈부처는 눈동자에 비친 사람 모습, 상대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뜻하는 말이다.
그는 눈을 비운 작품을 그린 뒤 주변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는 어떤 점이 느껴지는지 대답을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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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한층을 온전히 차지한 '사유의 경련'
500년전 눈이 빈 안경을 쓴 선비의 모습
그림의 생명력 표현하는 눈을 비워놓으니
바라보는 사람 따라 의미가 더욱 확대돼
불통의 상식과 금도 넘어선 세태 표현해
김 화백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파크에서 이색적인 개인전을 연다. 갤러리 1층 전시공간에 각별히 공들인 단 한 점 ‘사유의 경련’을 전시한 것. 500년 전 한 선비가 안경을 쓴 모습의 인물화로, 안경 안쪽 눈 부분만 비어 있다. 그러고선 그림에 ‘눈부처’라는 별칭을 붙였다. 눈부처는 눈동자에 비친 사람 모습, 상대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뜻하는 말이다. 눈동자를 그리지 않아 놓고서 굳이 ‘눈부처’라는 별칭을 붙인 이유가 뭘까.
인물을 그리는 수묵화가로서 전통을 이으면서도 시대정신을 담을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작가는 “인물화의 핵심 요소는 전신사조이며, 전신사조에서 눈의 표현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눈은 한 인물의 정신은 물론 생명력까지 나타내고, 그게 전통 화론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물화의 핵심인 눈을 지우거나 생략한다면 인물화로서 존재가치가 없을까’라는 의문을 품었고, 지금까지 내려온 미술사적 성과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들었다고 한다.
이색적인 프로젝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눈을 비운 작품을 그린 뒤 주변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는 어떤 점이 느껴지는지 대답을 수집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 느낌을 들었다. 어떤 회신은 보여준지 일주일이 걸리기도 했고, 길게는 2년이 걸린 대답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전시도 하기 전에 작품이 판매되기도 했다. 전시를 하기로 한 갤러리는 이미 판매된 작품을 순수하게 전시만을 위해 걸게 됐다.
갤러리 측은 ‘눈부처’를 두고 난세에 반응하는 작가 특유의 도발적 풍자로 설명한다. 갤러리 측은 “세상을 바라보는 화가의 눈이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는 시대, 나의 시선이 남의 눈에 되비치지 않는 불통, 그 불통이 상식과 금도를 넘어선 시대”의 표현이라며 “작품을 통해 나와 다른 새로운 대화와 수용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28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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