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수위'로 생 마감한 '독립군 총사령관'..홍범도의 귀환

김지훈 기자 2021. 8. 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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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78년만에 유해 봉환

여천 홍범도(汝千 洪範圖) 장군(사진)은 봉오동 전투로 일제에 타격을 가한 '전설의 영웅'이면서도 중앙아시아의 한 극장에서 수위로 일하다 쓸쓸히 생을 마감한 '고려인'이었다. 옛소련의 고려인 강제 이주정책에 따라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쫓겨난 뒤 해방이 되기 2년 전 사망했다. 홍범도 장군 묘역은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라는 우리에게 낯선 지역에 오랜 세월 자리해 왔다. 해방 이후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던 남한에서도, 김일성을 항일무장투쟁 주역으로 부각시킨 북한에서도 '독립군 총사령관' 홍 장군의 업적은 한동안 잊혀졌다. 지난해 정부의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추진에 북측 선전매체가 "그의 고향인 평양에 안치돼야 한다"며 반발했던 상황과 대조적이다.

'독립전쟁 1회전' 봉오동 전투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1868년 8월27일(음력) 평양에서 출생한 홍범도 장군은 사망(1943년10월25일) 이후 19년 후인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 받았다. 특히 홍 장군은 52세였던 1920년 6월 군무도독부 및 국민회 독립군부대와 연합해 중국 왕청현 봉오동에서 일본군 1개 대대를 섬멸한 봉오동 전투의 주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봉오동 전투는 대규모 독립군 연합부대의 첫 승전으로 이른바 '독립전쟁의 제1회전'으로 불린다.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은 매복전으로 일본군에게 섬멸적인 타격(전사자 157명, 부상자 200여명)을 가했으며 이 전투를 계기로 만주지역 독립군의 항일독립의지가 고무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해 10월 벌어진 청산리 대첩에서도 홍 장군은 북로군정서 김좌진 장군 등과 함께 일본군을 공격해 대규모 승전을 거뒀다. 직전해였던 1920년 홍 장군은 북간도에서 대한독립군을 조직, 국내 진공작전을 전개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독립전쟁 봉오동전투 전승 100주년 기념식'에서 국군의장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20.6.7/뉴스1
홍 장군은 39세였던 1907년에도 함경·평안도 일대의 포수들을 중심으로 의병을 조직하고 일본군과 여러 차례 전투를 치르며 타격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54세였던 1922년엔 옛 소련의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초청을 받고 고려혁명군 대표자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뒤 레닌으로부터 권총을 선물받기도 했다.
흩어진 독립군 간부들
홍 장군은 1923년 5월 연해주 이만에서 김좌진·이청천·김규식·안 무 등과 함께 조선독립단 군정서의회를 열고 독립군의 모집, 무기·군복·양식 등의 보급 및 국내진입을 협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무렵에는 러시아 혁명정부의 체제가 확고해지면서 이용가치가 없어진 독립군 간부들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되어 다시 여러 방면으로 분산됐다.

홍 장군은 1937년 옛소련의 강제이주명령에 따라 카자흐스탄로 강제 이주당했으며 현지에 있는 조선극장 경비 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조실부모하며 머슴살이로 살다 나팔수·포수를 거쳐 '독립군 총사령관'을 지냈던 독립운동가의 말년이었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에 따르면 홍 장군의 모친은 출생 7일 만에 사망했다. 그가 7세이던 1877년 부친 사망 이후 홍 장군은 머슴 살이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 이후 병정 모집에 자원해 평안 감영의 나팔수로 병정 생활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갖고 홍 장군의 유해는 국내로 봉환시킨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유해 봉환을 위해 오는 14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을 특사로 하는 특사단을 카자흐스탄에 파견한다. 특사단엔 여천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우원식 이사장과 국민대표 자격의 조진웅 배우가 참여한다.

광복절인 오는 15일 저녁 최고의 예우 속에 대한민국에 도착하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16일과 17일 양일간 국민 추모 기간을 거친 후 18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맞은 작년에 홍 장군 유해 봉환을 추진하려 했으나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인해 일정을 올해로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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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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