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터진 이준석·윤석열 갈등 일파만파 확전..'내홍 자멸' 위기감
홍준표 "점령군 尹, 토론때 보자" 으름장, 김재원 등 지도부도 李에 반기..전문가 "당 위기감 느껴야"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이 '탄핵' 발언으로 최고조에 치달았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의 뜻을 표명했지만, 이 대표는 사과는 커녕 유감의 구성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와 다른 대권주자들이 갈등에 기름을 부으면서 당내에서는 '친이·친박'으로 대표되는 과거 계파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조기에 내홍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중도층이 이탈이 가속화하며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탄'은 윤 전 총장 캠프에서 터졌다. 신지호 캠프 정무실장은 전날(11일) 라디오에서 "당대표 결정에 대한 후보들 간의 입장이 엇갈린다'는 사회자 질문에 "당 대표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탄핵 이야기까지 드디어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당 행사)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졌다"며 "대선 앞두고 당 대표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캠프는 본 적이 없다 했는데, 알겠다"고 했다.
신 실장은 논란이 확산하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풀이돼 당과 당 대표께 부담을 드리게 된 점 심심한 사과의 말을 드린다"고 진화에 나섰다.
윤 전 총장도 이날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의 뜻을 밝히며 이해를 구한다고 수습에 나섰다. 신 실장을 크게 나무라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뉴스1과 통화에서 "사과나 유감의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하며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당 지도부와 다른 대권주자들이 갈등에 합류하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홍준표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오는 18일 열리는 토론회에서 보자며 선전포고를 했다.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에 부역한 것에 대한 참회와 반성 없이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것은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900여명이 조사를 받고 200여명이 무더기로 구속되고 5명이 자진(스스로 목숨을 끊음)한 희대의 정치보복극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토론 때 보자"고 으름장을 놨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의 전략본부장인 박대출 의원은 신 실장의 '탄핵' 발언과 관련해 "느닷없이 대표 탄핵론을 꺼내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의힘 대장정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며 "개인의 일탈이라고 넘기기에는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를 향한 공세도 만만치 않다. 당장 지도부에서 김재원·조수진·배현진 최고위원이 토론회 개최를 강행하는 이 대표의 행보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일시적 조직인 경선준비위원회가 일부 주자들의 반발을 사면서까지 토론회 등을 개최하는 배경에 이 대표가 있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자 유승민 캠프에서 "'진박(眞朴·진실한 박근혜계) 감별사'라고 했던 그가 '진윤(眞尹) 감별사'를 자처한 구태 정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김재원 최고위원을 직격했다. 김 최고위원은 해당 발언을 한 유승민 캠프의 오신환 종합상황실장에게 캠프를 떠나라며 "당 윤리위를 구성해 철저히 징계를 요구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갈등이 당내 곳곳으로 번지면서 자폭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서 야권이 어떻게 대권을 장악할 수 있는지 전략을 세우고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잡음 없이 가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처럼 감정대립으로 가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샅바싸움을 하다가 큰일을 그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다 보면 중도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상승세를 탄 지지율이 돌아설 경우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모두가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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