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고' 안철수, 독자출마로 기우나..국민의당 '당헌' 개정도 준비
위축된 제3지대 한계..김종인 "출마하면 일말의 가능성 없다"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과 합당 실무협상이 불발된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가 향후 행보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협상 결렬 선언과 함께 차기 대선에서 독자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의 독자출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국민의힘 내 대권주자가 10여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제3지대에 머무르며 존재감을 키우고 여야 1대1 구도 속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합당 약속을 저버릴 경우 신뢰하락과 함께 야권 분열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야권에서는 국민의힘과 통합과 관련해 안 전 대표의 결심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통합 관련해 많은 분들의 다양한 견해를 들었다"며 "이번 주 동안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결심이 서는 대로 국민과 당원동지들께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이번 주'라고 시점을 못 박은 만큼 빠르면 이번 주, 늦으면 광복절 연휴 직후 안 대표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합당 결렬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한다. 앞서 실무협상 논의가 결렬된 이후 안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감정싸움'에 가까운 설전을 주고받았다.
당내 분위기 역시 합당에 부정적 의견이 다수를 이루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 관계자는 "합당 논의 초반에는 합당과 반대 의견이 비슷했지만, 지금은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전했다.
합당이 최종 결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안 대표의 대선 출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민의당 당헌에 따르면 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자는 대선 1년 전까지 선출직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내에서는 당헌 수정 논의가 진행되는 등 독자출마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한 모습이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과 합당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제3지대 플랫폼을 여는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헌 개정 작업이 진행될 거 같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안 대표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논의하거나 논의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 독자행보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대표는 1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2~3%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9~10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2.3%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 9~11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3%를 기록했다.
낮은 지지율이지만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야권주자 가운데 5위, 4개 여론조사업체 조사에서는 야권 주자 가운데 3위를 각각 기록하며 여전히 야권 잠룡 중 한 명으로 자리잡고 있다.
향후 여야 1대1 구도가 심화될 경우 캐스팅보트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제3지대 파이를 키우기 위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의 연합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 원내대표는 합당 문제가 정리되면 김 전 부총리를 만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 독자출마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제3지대가 위축된 상황에서 큰 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서울시장 보선 과정에서 대선불출마와 합당을 약속한 지 채 몇 달이 지나기도 전에 스스로 약속을 뒤집는 것은 물론, 앞서 수차례 합당과 분당을 한 과거가 회자되며 '분열' 이미지가 더해질 수도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뉴스1 인터뷰에서 안 대표에 대해 "대선 출마를 완전히 접고 김 전 부총리와 세력화에 나선다면 제3세력으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며 "합당하지 않고 대선에 출마한다면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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