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北 '도발 패턴'에 또다시 당하는 南

김선영 2021. 8. 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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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훈련 개시에 반발한 북한이 12일까지 사흘째 남북 연락채널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결선 복원 이후 연합훈련을 두고 연일 대남 비난전 수위를 높였다.

북한은 지난해 김 부부장 담화 이후인 6월9일 남북 통신선을 차단했고, 16일엔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북한은 통신선 복원이라는 '선물'에도 연합훈련을 개시한 한·미 양측, 특히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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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훈련 개시에 반발한 북한이 12일까지 사흘째 남북 연락채널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결선 복원 이후 연합훈련을 두고 연일 대남 비난전 수위를 높였다. 지난 1일과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와 통신선 단절, 11일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담화까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마치 짜놓은 각본에 따른 듯 한반도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각본 패턴’은 북한에겐 별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해 6월4일 김 부부장의 대북전단 비난 담화 이후만 봐도 그렇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의 발표를 신호로 이튿날 통일전선부 대변인과 13일 장금철 당시 통일전선부장이 담화를 발표하며 대남 수위를 높인 것과 비슷한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해 김 부부장 담화 이후인 6월9일 남북 통신선을 차단했고, 16일엔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같은 강경 도발이나 단거리미사일 발사 등 저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북한은 통신선 복원이라는 ‘선물’에도 연합훈련을 개시한 한·미 양측, 특히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자신들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우리 정부가 남북경색을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연합훈련 실시를 앞두고 통신선을 복원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훈련 취소를 압박하면서 훈련 축소라는 결과물을 얻었지만, 성에 차지 않은 모습이다.

과연 그럴까. 공개적인 대남 비난 성명 뒤로 북한은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남남 갈등’이라는 큰 성과를 얻었다. 김 부부장이 지난 10일 담화에서 밝힌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발언은 결정타였다. 이 발언을 근거로 야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남측을 향해 ‘배신적 처사’를 운운한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아주 교묘한 북한의 남남갈등 유도 전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일 김 부부장의 첫 담화 발표 이후엔 훈련 연기와 실시를 두고 우리 내부의 이견이 분출되기도 했다.

최근 5년 만에 외교·통일 분야 취재 현장에 복귀했다. 어수선하지만 최근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개인적으로 기시감을 갖게 한다. 기자는 2015년 우리 수색대원 2명이 다리를 잃은 북한의 지뢰도발이 남남 갈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칼럼을 작성한 바 있다. 당시 칼럼에서 “북한은 이번에 1만원 안팎의 목함지뢰 단 3발만 사용했다. ‘3만원짜리 도발’에 남남 갈등 효과까지 얻는다면 누구에게 이롭겠는가. 북한은 늘 우리 사회의 혼란까지 염두에 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들에게 더 이상 놀아나면 안 된다”고 적었다.

이 같은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북한은 이번에도 통신선 복원이라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냈고, 우리 정부는 같은 패턴에 또 당하는 모습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북한의 도발, 그로 인한 남남 갈등은 유효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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