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엉뚱하게 빠진 '탄핵의 강'..물 건너가는 '원팀'?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에 빠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이준석 대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당대표 ‘탄핵’을 언급해 ‘투스톤’(준스톤+윤스톤) 갈등에 정점을 찍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찬반과 전직 대통령 사면, 보수 민심과 연관해 국민의힘이 피해가야 할 곳으로 꼽혀 온 ‘탄핵의 강’이 엉뚱한 데서 발원한 셈이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직접 유감의 뜻을 밝히고 진화에 나섰지만 완전한 봉합까진 갈 길이 멀다. 당내 갈등에 시선이 집중되는 동안 ‘원팀’, ‘비전 경쟁’ 같은 구호는 잊혀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12일 이 대표를 겨냥한 윤 전 총장 측의 탄핵 발언으로 들끓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탄핵 이야기까지 드디어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당 행사)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진다”고 윤 전 총장 캠프를 저격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신지호 정무실장이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당대표의 결정이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니냐”고 발언한 것을 문제삼았다.
파장은 광범위했다. “잊혀진 ‘탄핵’을 거론하는 분들은 속히 캠프를 떠나야 한다”(김재원 최고위원), “일부 철없는 정치인들을 앞세워 당대표를 흔드는 것이 가관”(홍준표 의원), “개인의 일탈로 넘기기엔 명백한 해당 행위”(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 “당대표는 조연으로서 주연인 (대선) 후보들이 더 빛나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권영세 의원) 등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 중진 의원들이 속속 참전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과 모두 각을 세우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샅바싸움하다가 큰 일을 그르칠 수 있다”면서 “선을 넘은 게 명확한 경우에는 지도부는 지도부대로, 후보는 후보대로 명확히 인적정리도 하고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 전 총장은 직접 이 대표에게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통화했다”면서 “최근 논란에 대한 유감을 표시한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만 “상황이 정리되려면 말이 아니라 (토론회 참석과 같은) 상징적인 액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통화에서 신 실장을 문책한 것을 알리며 이해를 구하고, 이 대표는 ‘그런 생각이 캠프 구석구석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탄핵이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았던 것 같다”면서 “캠프 모든 분들에게 당의 화합과 단결에 해가 될 언동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신 실장도 캠프를 통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풀이돼 당과 당 대표께 부담을 드리게 된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18일 예정된 당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의 대선 후보 1차 정책토론회(경제 분야)가 시험대다. 최고위원 일부는 토론회 개최가 경준위 권한 밖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이 대표의 의지는 견고하다. 윤 전 총장이 불참할 경우 이 대표와의 갈등 ‘봉합’은 요원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통화에서 “(윤 전 총장) 캠프 1곳만 제외하면 모든 캠프가 토론회 참석 의사를 밝혔는데, 지금 상황에서 토론회를 하지 않는 것이 코미디”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에게 “늦지 않게 결정하겠다”고만 밝혔다. 경준위가 공지한 경선 일정과 여론조사시 역선택 방지 조항 불포함 등 경선 방식을 두고도, 지도부 일부가 경준위의 ‘월권’을 지적하고 있어 이 역시 갈등의 뇌관으로 남아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휴가지인 경북 상주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내 갈등이 번지면서 각 캠프가 내놓는 정책 공약과 비전은 당내 논쟁의 초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윤희숙 의원은 대학 입시 자율화와 사립대 규제 폐지 등을 내건 교육 공약을 발표했다.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원장은 각각 코로나19 전문가,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들을 만나 정책 행보를 폈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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