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홍범도장군 유해 광복절날 돌아온다
만주 독립군 첫 승전 이끈 영웅
청산리 대첩에도 지휘관 참여
스탈린시대 카자흐 강제 이주
고려인극장 수위로 생애 마감
홍범도 장군은 청산리 전투의 영웅 김좌진 장군과 함께 독립군을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끝내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3년 숨을 거뒀다. 78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유해로나마 고국 품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1868년 평양에서 태어난 홍 장군의 유년 시절은 역경과 가난의 연속이었다. 태어난 지 7일 만에 생모가 출산 후유증으로 사망하고 머슴살이를 하던 아버지마저 9세 때 잃는다. 삼촌이 거둬들여 다른 양반집에서 함께 머슴살이를 했다. 15세 때 군에 나팔수로 입대했으나 악질 상관을 때린 후 탈영해 마음을 다잡고자 금강산 신계사에서 2년간 승려 생활을 한다.
이 시기가 의병대장 홍범도를 만들었다고 훗날 역사가들은 평가한다. 무학이었던 그는 이곳에서 글을 깨치고 학문을 수양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황해도지역에 정착한 홍 장군은 한동안 제지소에서 일했으나 임금을 체불한 고용주를 살해한 뒤 강원도 북부 산악지대에서 호랑이 노루 멧돼지 등 짐승을 사냥하는 포수 생활을 10년간 이어나갔다. 홍 장군이 항일 무장투쟁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1907년. 당시 일제는 고종황제를 폐위하고 대한제국 군대를 해산했다.
이에 항거한 홍 장군은 함경도에서 포수 300여 명으로 의병대를 조직해 조직적인 게릴라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다. 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병합되면서 의병 항쟁 여건이 악화되자 홍 장군은 연해주로 옮겨 다른 독립운동 단체와 함께 친일파나 일본 군경을 사살하는 유격전을 전개했다. 1919년에는 만주 북간도에서 대한독립군을 조직했다.
이듬해 일본군이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만주 봉오동을 공격해오자 홍 장군 등이 이끌었던 독립군은 사흘간 일본군 157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리게 된다. 그의 이름 석 자를 역사에 남게 한 봉오동 전투다.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 연합부대의 첫 승전으로, 만주지역 독립군의 항일 독립 의지를 고무시켜 무장투쟁 전기를 마련했다. 홍 장군은 이듬해 일본군 2000여 명을 사살한 청산리 대첩에도 지휘관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쓸쓸하고 불운했다. 1937년 소련 스탈린 정권의 한인 강제이주정책으로 홍 장군 역시 지금의 카자흐스탄으로 옮겨가야 했다. 그곳에서 그는 고려인이 운영하는 극장에서 수위로 일하다가 광복 전인 1943년 75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홍 장군의 유해 봉환은 김영삼정부 시절부터 추진돼왔다. 1993년 당시 북한이 먼저 홍 장군 유해 봉환을 위해 카자흐스탄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고려인 사회에서 북측으로 봉환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듬해 한국도 정부 조사단을 파견해 홍 장군 묘소를 조사했고 현지 정부 측과 유해 봉환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 국가보훈처는 이후 수차례 홍 장군 묘역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등 본격적인 관리에 나섰고 정부의 거듭된 요청 끝에 2019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을 계기로 홍 장군 유해 봉환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 발발로 연기돼온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방한이 이번에 성사되면서 홍 장군 유해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15일 저녁 도착하는 홍 장군 유해는 16~17일 이틀간 국민 추모기간을 거친 후 18일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홍 장군 유해 봉환에 맞춰 16~17일 국빈 방문하는 토카예프 대통령은 17일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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