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의 공존' 머리 맞댄 부산시-수의사회-시민단체
【파이낸셜뉴스 부산】 사람과 길고양이가 함께 공존해서 살아갈 순 없을까.
부산시는 지난 11일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내년도 길고양이 중성화(TRN) 사업과 관련해 위탁 기관, 시민단체 그리고 학계 전문가와 함께 사업 개선방향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람과 가까이 사는 길고양이는 생물특성상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과 배설물 발생, 쓰레기봉투 훼손 등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지속적으로 주민 생활민원을 야기한다. 그래서 정부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3조를 근거로 길고양이의 무한 번식을 막고 개체 수 통제를 위해 매년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하고 있다.
현재 부산지역 주택가 등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는 약 19만 5000두로 추정된다. 올해 시가 계획한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목표는 4611두이며 소요예산은 6억 9000여만원에 이른다.
비록 사람의 편익을 위해 행하는 일이지만 한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시와 위탁기관은 매년 적절한 중성화 수술 지침을 정하고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지자체와 위탁기관 그리고 시민단체 간 서로 이해충돌이 반복돼 제대로 사업이 이행되기 어려웠고, 급기야 일부에선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올해 주무부처인 시 동물복지지원단은 관할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업비 부정 청구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이번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나아가 장기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날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건 캣맘·캣대디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 측이었다.
한 시민단체는 수유묘 포획과 혹서기 포획작업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이 심심치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포획틀, 이동방사망에 대한 최소한의 위생청결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특히 이들은 길고양이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캣맘·캣대디가 중성화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그 문호를 더욱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동물보호명예감시원(지자체 등록 캣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홍보 활동을 적극 나서야 하며, 그 인원을 늘려 적극적인 시민 자원봉사활동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다. 수술 후 건강을 유지해 자기 영역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나 그 영역을 차지해버린다. 그러려면 그 지역 고양이를 잘 알고 있는 캣맘에게 포획·방사권을 주는 게 맞다. 하지만 그 각 구마다 그 수가 적어 활성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캣맘이 참여 가능한 TNR 수는 157두다. 이중 캣맘이 실제 수행한 두수는 10%(15두)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캣맘의 지나친 사업 관여가 공공성과 현실성을 훼손시킨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부산수의사회 이영락 회장은 “수의사가 못하는 부분을 캣맘의 참여로 보완되는 부분도 많다”면서도 “하지만 일선 동물병원에선 일부 캣맘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반대하는 수의사도 많다”라고 말했다. 누리동물병원 진승우 원장도 “캣맘의 참여로 인해 갈등을 일으키기 보다 전문 포획단의 활동 기회를 넓혀야 한다”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은 서로 간 자유로운 의견을 나눈 가운데 잠정적으론 캣맘의 사업 참여 확대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대해 시는 공공성을 확보한 감시원 확대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위탁 기관인 부산수의사회회도 의견을 수용해 내년도 중성화 사업 시 캣맘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 병원’을 현재 5%에서 1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고양이 군집별 집중 방식을 비롯해 매년 반복적으로 늦어지고 있는 사업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부경대 박진환 교수(부산시 동불복지위원회)는 “이 사업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2월 말부터는 시작이 돼야 그 효과가 나타난다. 또 군집별 70~80%가 중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부경대 캠퍼스 또한 지난 2년간 포획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그 숫자가 매우 늘어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정화 시의원은 "현재 포획단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동물보호명예감시원(캣맘)의 적극적인 사업 참여가 절실하다"면서 "시의회는 TNR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 전반의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가칭)동물복지민관학협치단’ 구성을 전국 최초로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동물복지와 반려동물산업 활성화를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시정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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