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는 모진 세월..빛바랜 태극기 광복절 맞아 보물로

전지현 2021. 8. 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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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 태극기' 가장 오래된 실물
김구 독립의지 담은 태극기
진관사 태극기는 3·1운동 자료
문화재청, 보물 승격 예고
조선 외교 고문 데니가 소장했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데니 태극기`. [사진 제공 = 문화재청]
중국 상하이 주재 미국 영사로 재직했던 오언 니커슨 데니(1838~1900)가 1886년 청나라 리훙장의 추천을 받아 조선 정부의 외교·내무 담당 고문으로 부임했다. 이후 그는 4년간 조선의 외교·법률·경제 정책을 입안하고 주권을 가진 독립국으로서 프랑스와 조약을 맺을 수 있도록 조력했다. 그는 청의 내정간섭을 부정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중국의 미움을 사게 돼 1891년 1월 조선 독립 열망을 담은 태극기를 가지고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그의 후손이 1981년 우리나라에 기증해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된 '데니 태극기'가 보물로 승격된다.

12일 문화재청은 광복절을 앞두고 '데니 태극기' '김구 서명문 태극기' '서울 진관사 태극기' 등 항일 독립유산 태극기 유물 3건을 국가등록문화재에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승격 예고했다. 이들 태극기 3건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제작됐으며 일제강점기 혹독한 시련 속에서 독립과 민족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염원을 담은 문화재다. 우리 역사 최초로 국기(國旗) 제작이 시도되고 변천되는 과정을 담은 대한민국 상징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았다.

'데니 태극기'는 세로 182.5㎝, 가로 262㎝로 현존하는 옛 태극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문화재청은 "19세기 말 한국 국기가 반포된 이래 그 모습을 그리거나 기록한 자료는 일부 남아 있지만 실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데니 태극기'는 우리나라 국기 변천사를 연구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데니 태극기'는 제작기법 측면에서도 근대문물이 밀려오던 19세기 말 정세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임시정부 김구 주석의 독립 의지를 담은 글귀가 적힌 `김구 서명문 태극기`. [사진 제공 = 문화재청]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1941년 3월 16일 김구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 주석이 독립의지를 담은 글귀를 적어 친분이 있던 벨기에 매우사 신부(본명 샤를 메우스)에게 준 것이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매우사 신부는 도산 안창호 선생 부인 이혜련 여사에게 이 태극기를 전했고, 후손들이 보관하다가 1985년 3월 11일 독립기념관에 기증했다. 깃대와 괘 사이에는 김구의 친필로 묵서 4줄 143자가 쓰여 있고 마지막에 '김구(金九)'라고 새겨진 인장이 찍혀 있다.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알려진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제작된 태극기 중 정확한 제작시기가 알려진 유일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3·1운동 때 사용했던 `서울 진관사 태극기`. [사진 제공 = 문화재청]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2009년 5월 26일 서울시 은평구 진관사 부속건물인 칠성각을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내부 불단(佛壇) 안쪽 벽체에서 발견됐다. 태극기에 보자기처럼 싸인 독립신문류 19점이 함께 발견됐다.

학계에서는 태극기를 숨긴 인물로 진관사 승려였던 백초월 혹은 그와 밀접한 연관이 있던 승려를 추정한다. 백초월은 3·1만세운동 직후 비밀 지하신문인 혁신공보를 발간해 독립의식을 고취시켰으며, 불교계 자금을 모아 임시정부와 만주지역 독립군 부대에 제공했다. 왼쪽 윗부분 끝자락이 불에 타 손상됐고 여러 곳에 구멍이 뚫린 흔적이 있어 만세운동 당시 혹은 그 이후 현장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 1919년 제작된 태극기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관사 태극기는 1919년 제작된 실물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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