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엄벌 대신 화해유도..재범률 절반 '뚝'

정희영,홍혜진 2021. 8. 12. 1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회복적 사법' 도입 목소리
재판때 당사자간 대화 강조
피해복구·재발방지에 방점
출소자 3년내 재복역률 25%
치료적 선고땐 13%로 줄어
"법관연수 통해 실천 독려를"
중학생 때부터 따돌림을 당한 A씨는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자퇴했다. 그 후 2015년 4월 온라인에서 만난 피해자는 A씨를 남성으로 오인하고 교제를 제안했다. 피해자는 이후 만남을 회피한다는 이유로 A씨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했지만 유일한 대화 상대를 잃는 게 두려웠던 A씨는 피해자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2018년 12월 A씨는 피해자가 더 이상 연락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만난 자리에서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을 배정해 양측의 대화를 주선했다. A씨가 피해자의 심정을 이해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한 끝에 피해자는 A씨와 합의했다. 2심은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잇단 강력범죄에 범죄자를 강하게 처벌해 재범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실제 범죄자들의 지난 3년 내 재범률은 '엄벌'보다 피해자의 사법 절차 참여 등을 강조하는 '회복적 사법'이 적용된 사건에서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사법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회복적·치유적 재판 선고 후 3년 내 재범률(약식기소 제외)은 13.6%로 나타났다. 반면 법무부 법무연감에 따르면 출소자의 3년 내 재복역률은 2016년에서 2020년까지 약 25%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회복적 사법을 적용한 경우 재범률이 절반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만 회복적·치료적 사법이 적용된 전체 사건 수가 44건에 그쳐 조사 대상이 충분하지는 않다. 박기쁨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서울북부지법 판사)은 "회복적 사법에서는 피해자가 왜 내가 피해 당사자가 됐고, 어떤 이유로 가해자가 그러한 행동을 했으며,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나게 됐는지 물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복적 사법은 범죄가 일어났을 때 법원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가 집단이 참여해 피해자의 생활을 회복시키고 피고인의 재범률을 낮춰야 한다는 접근 방식이다. 범죄행위에 대해 피고인의 책임에 따라 엄격하게 형을 부과하는 전통적 형사사법과 차이가 있다.

유엔은 지난해 발간한 회복적 사법 핸드북에서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에 초점 △피해자와 가해자, 관련 전문가 집단의 자발적 참여 △문제 해결을 위한 당사자들 간 대화 △피해 복구를 위한 도움과 가해자의 재사회화, 재범 방지를 위한 지원 등을 회복적 사법 요소로 제시한 바 있다. 해외 조사에서도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재범률이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2003년 캐나다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회복적 사법이 적용된 경우와 일반적인 사례를 비교한 결과 첫해 재범률은 각각 15%와 38%, 2년째와 3년째에는 각각 28%와 54%, 35%와 66%로 나타났다.

회복적 사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한 중견 법관은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이 적용된 사건과 일반적 사건 피고인 간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일반적 형사사건에서의 합의나 회복적 사법을 통한 경우나 양형에 반영되는 점은 같아 형평성이 문제 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로 법원 차원의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지 않다.회복적 사법을 선제적으로 적용해왔던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회복적 사법은 엄벌주의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수희 수원지법 안산지원 부장판사는 "법관 연수 등을 통한 꾸준한 교육을 통해 회복적 사법에 관한 개별적 적용과 실천을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희영 기자 / 홍혜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