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불복은 없다" '설훈 발언' 진화 나선 이낙연, 하지만 '2위의 벽'은 여전
[경향신문]
지지율 정체 위기에 맞닥뜨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캠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캠프 인사의 ‘경선 불복’ 시사 발언 논란에 더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가 ‘2위의 벽’을 좀처럼 깨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가 들려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2일 경선 불복 논란을 직접 매듭지으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섰고, 징역 4년이 선고된 정경심 교수 2심 판결에 대해서도 “가혹하다”라며 동정어린 메시지를 내는 등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의 표심에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제 사전에는 (경선)불복은 없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라고 밝혔다. 앞서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지난 7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이) 장담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경선 불복 논란의 시발점이다. 이를 두고 “공공연히 경선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것”(이재명 캠프), “입에 올려서는 안될 말”(김두관 의원) 등 비판이 잇따르자 후보가 직접 나서서 수습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설훈 의원의 걱정을 불복으로 잇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캠프 인사의 설화는 후보가 직접 나서 가까스로 진화했지만, 당내 유력 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고 강고하다. 여론조사상 ‘2위의 벽’ 깨기가 당면과제다.
지난달 초까지 이어졌던 이 전 대표의 반등세는 최근 들어 주춤한 상황이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가 지난 8~9일 성인 2031명을 대상으로 시행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적합도는 12.9%로 2주 전 같은 조사보다 3.1%포인트 하락했다. 민주당 후보로서의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 전 대표는 1.2%포인트 내려간 21.8%를 기록했고, 서울과 광주·전라 지역에서 비교적 하락세가 가팔랐다.
추격 주자들이 ‘2위 때리기’로 선회한 것도 이 전 대표로서는 악재다. 앞서 이 전 대표를 “두 얼굴의 아수라 백작”이라 비판한 김두관 의원은 이날도 “이낙연 후보가 선대위원장의 경선불복 발언에 대해 당원들께 사과하라”라고 촉구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전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지사의 지사직 유지를 비판하는 이 전 대표에 대해 “논란 자체가 좀 어처구니없다. 쪼잔하다”고 지적하는 등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공세가 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같은 정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갖은 방책을 고민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유력 2위로, 무난하게 진다는 위기감이 내부에 감돌고 있다”면서 “껍데기를 깨고 한발 더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정경심 교수 2심 판결이 나오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형량을 먼저 정해놓고 내용을 끼워 맞췄다는 의구심마저 든다”라며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들께 깊은 위로를 보낸다”라고 썼다. 이 전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도 “가혹하다, 과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국 마케팅’으로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 호소해 지지율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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