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 "기업인·공직자 한해 언론 징벌적 손배 청구권 배제" 검토

민주당, 언론중재법 개정 관련 협상카드 논의중
국민의힘 15일까지 대안 마련..여야 17일 재논의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에서 전체회의 개의가 지연되고 있다. 이날 문체위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심의를 보류하고 내주 전체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연합뉴스

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12일 고위공직자·기업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날 예정됐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연기하고, 각각 협상안을 마련해 다음주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문체위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정법안의 원래 취지는 일반인 피해 구제인데 정치·경제 권력이 이를 남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많아 고위 공직자와 기업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배제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문체위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 10일 전체회의에 상정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위 공직자나 기업 임원은 ‘악의를 가지고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에만 최대 5배 이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단서 조항이 애매모호해 권력을 견제·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잇따랐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 방안을 포함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가 고위중과실 추정의 주체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열람차단 청구권과 관련해 열람차단 청구가 있었음을 표시하도록 한 조항도 삭제하기로 했다. 민주당 문체위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의도와는 다르게 권력자를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입증책임이 언론에 전가돼 언론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언론중재법 개정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민주당이 이처럼 태도를 바꿔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데는,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과 언론·시민단체 모두 표현의 자유 억압 가능성을 우려하며 법 개정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한 언론중재법 토론회에서 이용성 민언련 정책위의장은 “언론 보도가 공적 사안에 관한 것이고 사회의 여론 형성 등에 기여할 경우, 공직자·대기업 등은 배액 배상제(징벌적 손해배상제) 청구를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런 협상 카드가 국민의힘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언론인 출신으로 국회 문체위 소속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공직자를 빼려면 기존 언론중재법대로 해도 된다”며 “‘고위공직자 몇급 이상’은 소송을 낼 수 없다는 식의 조항은 더 큰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와 별도로 자체 협상안을 마련해 오는 15일까지 민주당에 보내기로 했다. 여야는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이날 협상이 불발되면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원회 소집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여야 각각 3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는 최장 90일 동안 법안 숙려기간을 가질 수 있으나 야당 몫으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이에 들어갈 경우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즉시 의결이 가능하다. 박정 의원은 “오는 19일까지 상임위에서 통과시키고 25일 본회의에서 의결한다는 일정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노지원 송채경화 배지현 김효실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