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초 공인 경마장, 군산경마장의 흔적을 찾아서
[스포츠경향]
한국 경마이 시작은 전북 군산경마장이다. 한반도 최초로 공인 경주로가 설치됐던 군산경마장은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시기에 태동했으나 당시 대중들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현재 군산경마장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조사에 동행한 원봉연 문화해설사는 “1935년 제작된 군산시가지도와 현재의 도로명 지도를 맞춰보면 조금 더 구체적인 위치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장소를 안내했다.
기록에 따르면 옛 군산경마장은 지금의 군산 동부시장을 중심으로 한 경암동 지역에 위치했고 타원형 주로가 경포천을 따라 금강 방향으로 길게 놓여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경마장 부지에서 경포천 건너편을 바라보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데 그 뒤쪽이 바로 순회경마에 참가하는 말들이 기차에 타고 내렸을 옛 군산역 터다.
역사는 철거되고 철로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태이지만 100여년 전 수십 두의 경주마들이 기차에서 내려 군산시가로 퍼레이드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날의 광경이 흑백영화처럼 그려진다.
현재 남아있는 경마교는 1987년 팔마광장 근처에서 경마장 터로 다리를 놓으면서 관청에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경암동 내에 있는 경마경로당도 마찬가지다. 자취는 아쉽게도 사라졌으나 이름으로나마 우리나라 경마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다.
군산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서 수확한 쌀의 수출항구로 일본인 거주자들이 특히 많았다. 사람이 모이니 유희를 즐기려는 사람들 역시 이곳으로 모였다. 1923년 해안매립지에서 경마가 시행되다가 당시 경장리(지금의 경암동)에 2만1000평, 즉 7만㎡ 면적의 경마장을 조성했다.
우리나라에서 공인 규격의 고정 경마장이 가장 먼저 설치된 곳이 서울과 군산이었는데 군산이 1927년 10월 준공기념 대회를 5일 동안 개최했고, 서울 신설동경마장이 1928년 9월에 첫 대회를 열었으니 군산이 1년이나 앞섰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한반도 최초 공인 규격의 경주로에서 열린 경마대회 타이틀은 군산경마장의 몫이 됐다.
이후 군산 경마장은 1928년 첫 해에 87두를 시작으로 1929년 147두, 1930년 161두가 경기에 출전했다. 1930년도 마권 발매는 총 4만9577매, 매출은 9만9354원(円)으로 이는 현재 원화가치로 12억2000만원 수준이다. 1년을 기준으로 봄과 가을을 합쳐 약 10일 간 경주가 펼쳐졌으므로 하루 평균 5000장 정도의 마권이 팔릴 정도로 인기 있던 스포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군산시 인구가 10만 명이 안됐다는 것을 상기하면 엄청난 수다.
군산경마장의 결말은 씁쓸하다. 1941년 일제가 미국 항공기의 착륙을 막기 위해 주로를 폭파시키면서 경마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1945년 11월 미군이 점령해 주둔하던 중 모닥불에 탄약이 폭발하면서 건물도 잿더미가 됐다. 이 사고로 의용소방대원 등 숨진 사람만 40명이 넘고 1000여 명의 부상자를 냈다고 하니 경마장은 군산 주민들에게 아픈 기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80년의 세월이 흐르며 군산경마장에 대한 향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인 규격 경주로 경마장임에도 불구하고 희소한 자료들이 아쉽지만, 경마 시행 100주년을 앞두고 모두가 다시 기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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