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품고 세계무대에 나서는 재일교포 선수들, 한국마사회 김임환·조목희
[스포츠경향]
일본의 귀화 유혹을 뿌리치고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아 화제가 됐던 추성훈과 안창림 선수처럼 한국마사회 유도단에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재일교포 선수들이 있다.
남자 -66㎏급 김임환(이하 김)과 여자 -63㎏급 조목희(이하 조)다. 재일교포 3세로 항상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지내왔다는 그들은 각 2016년, 2019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유도 국가대표로 시합에 나섰다. 도쿄 올림픽과 광복절을 맞아, 일본과 한국의 경계에서 두 국가를 잇는 재일교포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재일교포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거 같다, 우리나라 유도 선수로 활약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김] “경계인으로서 재일교포라는 건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힘들어요. 일본에서는 한국인, 한국에서는 일본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저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는 것을 줄곧 당연하게 생각해왔습니다.”
[조] “원래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에서 자란 제가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사실 몰랐는데요. 전국체전에 재일동포 선수단으로 출전한 것을 계기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올림픽 역시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습니다.”
-한국인 김임환, 한국인 조목희로서의 정체성을 언제 체감하는가?
[김] “한국인 김임환은 언제나 체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대표로 시합에 나갈 땐 그 정체성을 뼈저리게 체감합니다.”
[조] “항상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특히 대표선수로서 가슴에 태극기를 다는 순간 그 무게를 크게 느낍니다.”
-선수 생활 중 가장 영광의 순간은 언제인가?
[김] “2019년 도쿄에서 세계선수권이 열렸는데요. 일본에서 열린 만큼, 시합에 가족과 친척,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응원해주었어요. 그것이 힘이 많이 되어 남자 66kg급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시합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어 기뻤고, 저 자신에게 또 대한민국 유도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조] “포디움에 서서, 제일 위에 태극기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애국가를 들었을 때 가장 짜릿하고 영광스러웠습니다.”
-재일교포 선수들의 활약으로 재일한국인 학교 등에 대한 관심이나 후원도 많아진 것 같다. 감회가 남다를 같은데?
[조] “지원문제 같은 것들이 언론에서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데요.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금, 재일한국인학교의 현황을 많은 사람들에 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일한국인에 대한 존중이 있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 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많이 이야기 하고, 노력하고 싶습니다.”
-안창림 선수가 김임환 선수에게 동메달을 걸어준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안창림 선수와의 우정이 특별한 거 같다, 두 사람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김] “저희 어머니가 창림이 학교 선생님이라는 인연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중학교때 저는 유도 명문중에서 단체전 전국 3위하는 정도의 선수였고, 창림이는 당시엔 유도를 그리 잘하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창림이를 몰랐는데 창림이는 저를 알고 있었어요. 이렇게 오래된 인연이다 보니, 창림이가 도쿄올림픽 준결승에서 졌을 때 처음으로 남의 시합을 보고 울었어요. 시합 후에 창림이가 ‘동메달을 걸어줄게’라고 했을 땐 제 메달이 아니니까 부끄러워서 ‘아니야 됐어~’라고 말은 하는데, 몸은 자연히 걸어달라고 머리를 숙이더라고요.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고생해온 친구가 올림픽에서 빛을 발해서 저 역시 기분이 좋았습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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