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3사 노조 "방통위가 제 손으로 정치적 독립성 훼손"

방문진 이사 선임 규탄 공동성명

방송통신위원회의 지난 11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을 두고 공영방송 3사 노동조합이 공동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부적격 인사는 물론 대선 캠프 출신, 친 정부여당 인사가 다수 포함되며 정치적 후견주의 배제, 절차적 정당성 모두 담보되지 못한 채 임명이 이뤄졌다고 봐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MBC본부·EBS지부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방통위의 이번 이사 임명을 "폭거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사 이사로) 부적격 인물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소속이었던 인물들이 공영방송 MBC 이사로 의결됐다”면서 “공영방송의 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할 방통위가 제 손으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심대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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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노조는 “방통위가 이사추천 논의를 국민의 눈 뒤에서 진행했기에 정치 후견주의, 능력과 무관한 연줄이 작용됐다는 문제제기에 반박할 길은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방통위는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시 처음으로 이사 추천인 명시, 면접 심사 도입 등을 실시했지만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엔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선임 논의는 그 방증이다.

3사 노조는 “방통위는 공영방송이 권력 종속이라는 부조리에 함께 분노했던 언론노조, 시민단체, 국민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면서 “2주기를 맞은 고 이용마 기자가 마지막까지 외친 공영방송 지배구조 정상화 정신과 거리가 먼 방통위의 정파적 공모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공영방송 이사·사장 선임 방식도 리더의 자질을 완벽하게 담보하지 못한다.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이라고 부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공동성명과 별도로 이날 낸 성명에서 방통위는 물론 정부여당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MBC본부는 “한 달 전 언론노조에 공영방송 이사 선임 불개입을 약속했던 민주당은 최소한의 신의도 저버린 채 여권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방문진 이사로 밀어넣었다”면서 “역대정권들이 방송장악을 위해 방문진 이사 선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서 현 정권 역시 전 정권들과 다르지 않았음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정치권이 ‘낙점’한 방문진 이사들이 과연 공영방송 MBC의 대주주로서 외부의 압력과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며 “(대선 등을 앞둔 상황에서) 공영방송 MBC를 향해 어떠한 형태로든 외압으로 간주할 수 있는 유무형의 영향력을 미치려 할 경우 현 여권과 방통위는 언론노조는 물론 시민사회의 결사적인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