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은 청소년 범죄에 유독 관대할까
촉법소년 기소 시 집유 40%.."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 효과적"
보호처분 청소년수 큰 변화없어..강도범죄 줄고 성범죄는 증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10대 초·중반의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적으로 처벌하지 않는 촉법소년 제도를 두고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5일에도 경기도에서 만 14세 미만인 아들이 친모에게 흉기로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으나 형사 입건되지 않았다.
특히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을 일으킨 가해자가 촉법소년에 해당해 형사 처벌받지 않는 일이 왕왕 벌어지면서 공분을 사곤 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형법 9조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하고,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만 받도록 한다.
학령으로 치면 초등학교 4, 5학년에서 중학교 1, 2학년 정도까지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를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초중고생이 있다고 지적한다.
촉법소년의 나이 기준은 1953년 법제화된 뒤 70년 가까이 개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회 변화에 맞춰 촉법소년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표] 국가별 촉법소년 연령(출처=국회 법사위)
독일·일본 등 만 14세, 영국·호주는 만 10세
촉법소년의 기준과 관련, 헌법재판소는 2003년 9월 "14세 미만이라는 연령 기준은 다른 국가의 입법례에 비춰 보더라도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라면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합헌 결정의 근거로 거론한 국가는 우리와 같이 대륙법 체계로 분류되는 독일과 일본, 오스트리아다. 이들 국가는 모두 촉법소년 나이가 만 14세 미만이다.
또 미국과 중국도 합헌의 근거로 들었다.
미국은 주별로 만 7세에서 14세까지 다양하게 촉법소년 나이를 규정한다.
공산주의 법체계 대표 국가인 중국은 한국보다 높은 만 16세가 촉법소년 나이다. 다만 중국은 고의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만 14세 이상 16세 미만 청소년은 형사처벌한다.
하지만 헌재의 판단과 달리 한국보다 촉법소년 나이가 낮은 국가도 꽤 있다.
프랑스는 만 13세, 캐나다는 만 12세, 영국과 호주는 만 10세가 촉법소년의 기준이다.
호주는 그러나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형사책임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고의와 악의로 범행했다는 점이 입증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했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프랑스와 같은 만 13세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법무부는 2018년 국회에 "형사미성년자 관련 국제기준, 초등학교·중학교의 학제 등을 고려할 때 형사미성년자의 나이 기준을 현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하는 13세 미만으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 의견에 따라 국회도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는 것으로 입장이 정해지는 모양새다.
전용기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0명은 지난 2월 촉법소년 기준연령을 만 12세로 낮추는 내용의 형법 및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6월엔 김병욱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13명과 박덕흠 무소속 의원도 촉법소년 기준연령을 만 13세로 낮추는 형법 및 소년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촉법소년도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형사처벌시 40% 집행유예
촉법소년과 관련해 좀 더 강경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촉법소년 나이를 낮출 게 아니라 아예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것을 아는 청소년이 이를 악용해 제도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촉법소년이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면제되는 건 아니다.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 32조에 따른 보호처분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호처분에는 감호위탁과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등 신체구속을 동반하지 않은 처분뿐만 아니라 사실상 징역형과 같은 소년원 송치 처분도 있다.
법원 사법통계에 따르면 2019년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19세 미만 청소년 2만4천131명 중 11%가 소년원 송치 처분됐다.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해 형사처벌만 하면 오히려 범죄억제, 교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청소년 범죄에 대해 법원이 중범죄가 아닌 이상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아 차라리 소년원 송치와 같은 보호처분이 더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라는 논리다.
2019년 1심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19세 미만 피고인 1천346명 중 53.2%가 실형을, 40.6%가 징역형의 집행유예, 5.8%가 벌금형을 받았다.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는 11일 연합뉴스에 "보호처분이 무조건 형사처벌보다 가벼운 제재 수단이라는 것은 편견"이라며 "형사재판을 받는 청소년 상당수가 집행유예를 받아 사실상 방치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보호처분이 범죄 억제력과 교화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촉법소년 문제는 형사정책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사회정책과 교육정책 등도 아울러 살펴볼 문제"라며 "청소년 범죄 문제는 처벌하고 가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보호처분 큰 변화 없어…성범죄 늘고 강도범죄 줄어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자는 주장의 주된 근거는 청소년 범죄가 날로 늘고 수법도 흉포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통계를 보면 청소년의 기준이 18세 이하로 바뀐 2011∼2019년까지 청소년 범죄가 점증하는 흐름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만 10∼18세 1천명당 보호처분 수는 2011년 5.9명. 2015년 5.1명, 2019년 5.6명으로 5명 내외에서 증감했다.
형사재판 대상인 만 14∼18세 1천명당 형사재판 유죄 수는 2011년 0.36명, 2013년 0.37명. 2015년 0.38명, 2017년 0.36명으로 0.4명 내외였다가 2019년 0.55명으로 증가했다.
범죄 청소년 대부분이 형사재판에서 처벌보다는 보호처분을 받기 때문에 형사재판 유죄 수보다는 보호처분 수를 기준으로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기간 청소년이 저지르는 강력 범죄의 양상은 변화가 있었다.
성폭행, 성폭력처벌특례법·성폭력처벌및피해자보호법·아동청소년성보호법·성매매알선처벌법 위반죄 등 성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 수는 2011년 이후 매년 증가했다.
만 10∼18세 1만명 당 성범죄로 인한 보호처분 수는 2011년 2.8명이었지만 2015년 3.0명, 2018년 3.9명으로 증가한 뒤 2019년에는 4.3명을 기록했다. 8년 새 1.5배 증가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형법상 강도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강도죄 등 강도 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 수는 매우 감소했다.
같은 나이대 1만명 당 강도범죄로 인한 보호처분 수는 2011년 1.47명에서 2013년 0.97명, 2016년 0.36명, 2019년 0.27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다만 성범죄와 강도범죄는 형사사법정책과 사회적 분위기에 맞물려 적발 건수가 크게 좌우되는 탓에 이런 변화 추이로 청소년 범죄의 경향을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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