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2' 감독 "시청자들, 의도치 않은 것까지 추측..뜨끔할 때도"[EN:인터뷰]
[뉴스엔 김명미 기자]
'임성한 월드'에서 불가능이란 없다. 시청자들이 10을 예상하면 100을 보여주는 '결혼작사 이혼작곡'이다. 상상과 현실이 교묘하게 뒤섞인 연출은 이 드라마만의 매력. 덕분에 시청자들의 상상력과 추리력도 갈수록 높아지는 중이다.
지난 8월 8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2'(극본 피비(Phoebe, 임성한)/연출 유정준, 이승훈/이하 결사곡2)는 잘나가는 30대, 40대, 50대 매력적인 세 명의 여주인공에게 닥친 상상도 못 했던 불행에 관한 이야기,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 드라마. 남다른 필력을 자랑하는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시청률 상승세 역시 드라마틱했다. 시즌2 첫 방송 당시 4.9%대 시청률을 기록했던 '결사곡2'는 매회 눈을 뗄 수 없는 파격 전개로 입소문을 탔고, 마지막회에서는 16.582%의 자체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이는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인 것은 물론, 종합편성채널 드라마 전체를 통틀어도 JTBC '부부의 세계' 'SKY캐슬' 다음으로 높은 3번째 순위다.
'결사곡2'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흘러간 만큼, 시청자들 역시 작은 부분까지 눈여겨보며 추측을 쏟아냈다. 후반부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은 건 서반(문성호 분)을 차지하는 캐릭터가 과연 누가 될지였다. 부혜령(이가령 분)과 사피영(박주미 분)이 서반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끼게 된 가운데, 결말에서는 별안간 송원(이민영 분)과 서반의 결혼 장면이 그려져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 비록 엔딩에서는 송원과 서반이 연결됐지만, 이시은(전수경 분)이 서반의 짝이 될 거라 추측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유정준 감독은 11일 오후 진행된 뉴스엔과 인터뷰에서 "시청자들의 추측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냐"는 물음에 "저는 댓글을 잘 안 보는 편이고, 아내가 가끔 휴대폰으로 본 반응을 전해주는 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어느 날 '송원과 서반이 이어질 것 같다'는 반응이 있다고 하더라. 나는 얘기를 전혀 안 했는데, 깜짝 놀라 '누가?'라고 물었더니, 어떤 분이 커뮤니티에 그런 글을 남겼다고 하더라. '그 사람이 왜 그런 글을 썼냐'고 물어보니, 송원과 서반이 함께 나오는 신이 있었는데, 옷 색깔과 넥타이 색깔이 비슷해서 그렇게 추측했다고 하더라. 우리는 그걸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큰 그림'이라고 하면서 추측을 했다는 거다.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었지만 뜨끔했다. 이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 같다"고 밝혔다.
유정준 감독은 "또 박해륜(전노민 분)이 나중에 버림받을 거라고 초반부터 꾸준히 주장한 블로거가 있었다고 하더라. 그때는 박해륜 커플이 굉장히 달달할 땐데 말이다. 심지어 송원의 아이가 사산할 거라는 추측도 있었다"며 "많은 분들이 코로나19 시대에 '집콕'을 하고 있는데, 그분들의 뇌를 움직이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회, 박해륜이 꿈속에서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장면 역시 갑론을박이 많았다. 유정준 감독은 "그 장면에 대한 서사적 인과관계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그런 생각은 했다. 보통 꿈 해몽을 찾아보면, 아이를 '근심'으로 해석한다. 아마 전노민 씨가 근심 어린 표정과 행색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 장면이 박해륜의 불행을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나 싶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꿈을 잘 안 꾸는데, 가끔 꿈을 꾸면 중요한 건 잘 맞더라. 적어도 중년 이상의 시청자들에게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 같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연출에 대해서는 "후반 작업 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유정준 감독은 "왔다 갔다 패턴을 주면서 상상이라는 걸 표현하지 않나. 사실 과하게 하면 촌스럽고, 덜 하면 의도가 안 나타난다. 단순히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여러 패턴을 만들었다. 그런 연출이 계속되다 보니, 나중에는 시청자들도 금가루가 나오면 '상상이구나'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사곡2'를 통해 얼굴을 알린 신인, 무명 배우들도 다수다. 이는 임성한 작가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유정준 감독은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배우가 누구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누구 한 명을 꼽기가 그렇다"며 고민한 뒤, 조심스럽게 전혜원(박향기 역)을 꼽았다.
시즌1에서 박향기는 불륜을 인정하는 아빠 박해륜에게 '팩트 폭행'을 가한다. 이 과정에서 전혜원은 장문의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촬영 초반 전혜원의 연기를 지적한 적 있다고 밝힌 유정준 감독은 "향기가 어느 순간 너무 잘하더라. 당시 그 장면을 찍을 때 한 번도 안 끊고 18분을 한 큐에 갔다. 그때 정말 박수를 쳤다. '너 정말 발전했다. 너는 이 작품이 끝나면 좋은 작품이 많이 들어올 거다'고 말했었다. 또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에 부혜령이 자리를 못 잡아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시즌1 때 모니터링을 했는지, 시즌2에서는 시즌1 때보다 분량이 적었는데, 훨씬 안정되게 연기를 잘했다. 후반부에 현장에서 만나면 '좋았다'고 칭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미 역을 맡은 송지인에 대해서는 "초반에는 B팀에서 촬영을 했고, 후반부에 사피영 집에 들어와서 김동미(김보연 분)랑 부딪히는 장면들은 제가 다 찍었다. 깜짝 놀랐다. 본인에게 미안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카메라 마사지라고나 할까. 훨씬 예뻐졌다.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작품에 적응을 해서 그런지, 훨씬 자연스러워졌다"고 밝혔다.
또 유정준 감독은 "서반은 놀라운 장족의 발전을 했다. '연기를 잘한다'를 떠나서, 어눌하고 부자연스러운 캐릭터를 굉장히 잘 녹였다. 계속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은데, 천연덕스러운 거다. 본인에게도 모험이었을 텐데, 아마 시청자들 중 일부는 서반 때문에 더 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입식 미남이 아니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농담 섞인 반응에 대해서는 "그런데 극 중에서 서반의 신비주의나 매너가 매력 있는 거지, 사람들이 '와 잘생겼다'라고 반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잘생긴 캐릭터는 서동마(부배 분)를 제안하고 있다"며 서반이 지닌 자체의 매력에 여성 캐릭터들이 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유정준 감독은 시즌3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 "의리 없이 다른 데 갈아타지 말고 (웃음) 예전에 한 광고에서 '처음 사랑 끝까지'라는 카피가 있지 않았나. 믿고 기다려주시면 크게 기대에 어긋나지 않겠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사진=본인 제공)
뉴스엔 김명미 mm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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