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로 뜬 '골때녀', 어설픈데도 스포츠 맛집 등극한 비결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 대세로 떴다. 평균 6%(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안착하며 수요일밤 치열한 예능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서게 됐다. 동시간대 TV조선 <뽕숭아학당>이 7.6%로 시청률 1위를 여전히 기록하고 있지만 이 수치는 계속 하락하는 중이다. 한때 두 자릿수 시청률을 늘 유지했던 <뽕숭아학당>이 아니었던가.
SBS 예능에서도 <골 때리는 그녀들>의 부상은 주목된다. 수요일밤을 책임지던 SBS 예능 프로그램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춤하며 4%대까지 떨어진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신 <골 때리는 그녀들>이 부상했다. 그런데 주목되는 건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급부상한 요인이다. 그건 특별할 것 없는 여자 축구라는 스포츠 그 자체에 비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대패밀리'와 '액셔니스타'의 경기는 지면 탈락이라는 '단두대 매치'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양팀 선수들의 다부진 각오가 시작부터 긴장감을 부여했다. 물론 이들의 축구 실력이나 경험은 결코 많지 않다. 아니 어쩌면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처음 축구를 접하게 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경기를 보면 확실히 어설픈 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이 단두대 매치에서 국대패밀 리가 전반에 두 골을 얻게 된 건 핸드볼과 자신의 팀 백패스를 손으로 잡은 골키퍼의 실수 때문이었다. 핸드볼로 패널티킥을 얻게 된 국대패밀리는 남현희가 슈팅을 하게 됐고 이를 골키퍼가 막아낸 걸 명서현이 세컨볼슛으로 첫 골을 얻어낸 것. 두 번째 골도 백패스를 손으로 잡은 골키퍼 실수로 인해 터졌다. 프리킥으로 패스된 공을 남현희가 슛을 쏘고 그 공을 골대 옆에 있던 명서현이 차 넣은 것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백패스를 손으로 잡는 골키퍼 실수는 액셔니스타팀에서도 벌어진 바 있다. 다행히 골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렇게 실수가 위기로 이어지고 그것이 골이 되어 승패를 가르는 상황은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는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다. 그만큼 축구가 익숙하지 않고 때론 룰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는 것.
하지만 이처럼 다소 어설픈 축구경기에도 불구하고 <골 때리는 그녀들>은 어째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걸까. 그건 축구 실력이나 경험은 다소 부족해도 이들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묘미들을 특유의 진심과 열정으로 전해주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액셔니스타팀의 골키퍼 장진희가 혼전 중에 이미도와 부딪치며 머리 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지게 되고 대신 김재화가 골키퍼로 들어가게 되면서 생기는 미안함이나 부담감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실제로 골키퍼로 들어갔다가 자신의 실수로 골까지 먹게 된 김재화는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물론 2대0으로 지고 있다가 전반전 말미에 만회골을 획득해 2대1 상황으로 바뀌는 과정이나, 후반에 가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던 남현희가 허벅지 근육에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지고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가자 한채아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 또한 함께 뛰는 스포츠여서 가능한 뭉클한 상황을 보여줬다. 새로 투입된 남현희를 든든하게 여기며 늘 의지했던 자신 때문에 혹여나 부담이 되어 그런 부상까지 이어진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을 한채아가 드러낸 것이다.
에이스인 남현희가 빠진 상황에서 의기소침해 있는 선수들에게 그를 위해서라도 경기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는 김병지 감독이나, 결국 2대1로 국대패밀리가 이겨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보이는 액셔니스타팀에게 이영표 감독이 "이건 다 감독 탓이야. 내 잘못이야 다. 이건 내가 전술을 잘못 짠거야. 선수들은 진짜 좋은 선수들이었는데..."라고 말해주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는 경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들 또한 충분히 가치 있다는 걸 이런 순간들을 통해 <골 때리는 그녀들>은 전해준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4위에 그쳐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물론이고, 메달과 상관없이 열심히 뛴 선수들에 아낌없는 박수가 이어진 건, 이제 우리가 스포츠를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승패와 기량만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그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심지어 상대편 선수들까지 엄지를 치켜 올려주는 그런 뭉클한 장면들이 스포츠의 진짜 매력일 수 있다는 거였다. <골 때리는 그녀들>이 아직은 축구에 익숙하지 않은 출연자들의 면면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시청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건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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