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건·하정우의 '수난이대' [스경X이슈]

이다원 기자 2021. 8. 12. 11: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배우 김용건과 하정우 부자. 사진|경향DB


배우 김용건·하정우(본명 김성훈) 부자의 그야말로 ‘수난이대’다. 명작으로 꼽히는 동명 소설과 달리 이 아버지와 아들은 비슷한 시기에 불미스러운 일로 스스로 발목을 잡으며 ‘수난’을 자초했다. 대중은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김용건·하정우는 연예계를 대표하는 스타 집안이다. 김용건은 1967년 KBS 7개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MBC ‘전원일기’ 속 의젓한 장남 역을 맡아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아들인 하정우 역시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2003년 데뷔했다.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크게 주목받은 뒤 ‘신과함께’ 시리즈, ‘백두산’ 등 여러 영화를 히트시키며 최연소 ‘1억관객 달성’ 배우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들에게 대중의 사랑이 독이 됐을까. 혹은 자만의 씨앗이 됐을까. 아버지는 76살의 나이로 ‘혼외 임신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아들은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재판장에 서게 됐다. 게다가 하정우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하겠다는 말과 달리 국내 대형 로펌 4곳에서 10명의 변호인단을 이끌고 나타나 앞뒤 다른 면모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 김용건이 연루된 ‘혼외 임신·낙태 강요’ 사건은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지난 2일 한 매체는 김용건의 39세 연하 여자 친구인 ㄱ씨가 낙태 미수 강요의 혐의로 김용건을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용건과 ㄱ씨는 2008년 드라마 종방연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무려 13년 동안 비밀리에 교제를 이어왔고, 지난 3월 ㄱ씨가 임신 사실을 알린 것을 계기로 갈등이 빚어지면서, ㄱ씨가 김용건을 낙태 강요 미수죄로 고소했다.

김용건은 ㄱ씨의 폭행·폭언·협박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ㄱ씨의 출산을 지원하고 책임지겠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ㄱ씨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김용건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또한 김용건이 지난해 출연한 종합편성채널 MBN 연애 예능 프로그램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에서 황신혜에게 구애를 펼치는 장면들에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형성되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도 했다.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던 김용건은 최근 ㄱ씨와 극비리에 만나 출산할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올리고 출산 및 양육을 적극 지원하는 등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극적으로 화해했다.이에 ㄱ씨가 고소 취하의 의사도 내비쳤지만, 이미 추락한 김용건의 ‘이름값’을 되돌릴 수 있을진 미지수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는 하정우. 사진제공|연합뉴스


아들 하정우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대중은 물론 영화계에도 큰 민폐를 끼쳤다. 앞서 그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친동생과 매니저 이름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하정우를 벌금 1000만 원에 약식 기소했지만,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신세아 판사는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지난 10일 첫 공판에 검은 양복과 마스크를 끼고 나타난 하정우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얼마나 주의 깊지 못하고 경솔했는지 뼈저리게 후회하고 깊이 반성한다. 많은 관심을 받는 대중 배우로 좀 더 신중하게 생활하고 모범을 보였어야 했는데, 내 잘못으로 동료와 가족에게 심려를 끼치고 피해를 준 점 고개 숙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우 부끄럽고 염치 없지만 사회에 기여하는 건강한 배우가 되고 이 자리에 서지 않게 더욱 조심하면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그의 변호인단의 변론 내용이 또 한 번 문제가 됐다. 이들은 하정우가 높은 사회적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점, 동종 전과로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들며 그가 그동안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했고, 2019년 처음 사건이 불거진 후 큰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며 과도한 형을 받을 경우 하정우의 외부 활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소속사 직원들의 생계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선 “최근에도 건물 1채를 팔아 45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올렸으면서 무슨 경제 손실?”이라는 비아냥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개봉을 기다리는 그의 출연작 다수에도 피해를 끼치게 됐다. 넷플릭스 ‘수리남’부터 강제규 감독가 10여년 만에 복귀하는 신작 ‘보스턴 1947’, ‘야행’까지 여러 작품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자신의 경제적 손실을 걱정하기 보다 그와 동고동락한 영화인들부터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튀어나오는 이유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