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을 거래대상으로, 간첩으로, 도구로 만드나

임형두 2021. 8. 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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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정전협정을 맺은 지 70년이 가깝다.

하지만 순식간에 '잠재적 간첩'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와 소설가로 활동해온 문영심(64) 씨는 간첩 조작 사건을 취재하며 탈북민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고, 이후 탈북민들의 삶과 그들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천착해왔다.

탈북민을 언제든 필요에 따라 도구처럼 활용하는 태도의 정점에 바로 탈북민 간첩 조작 사건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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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자들의 목소리 담은 문영심 씨의 책 '탈북 마케팅'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남과 북이 정전협정을 맺은 지 70년이 가깝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게 분단 체제라는 현실은 구체적 삶의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그에 무관심하기도 하다.

하지만 분단 현실이 삶의 가장 가까이에 붙어 있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있다. 바로 탈북민들이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낯선 우리'가 되기도 하고, '익숙한 우리'가 되기도 한다. 남북 체제 경쟁이 심할 때는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귀순용사'로 대접받기도 하고, '통일의 마중물'이라는 외교적 수사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순식간에 '잠재적 간첩'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먹고살 길을 찾아, 혹은 남한 사회를 동경해 탈북한 이들에게 '또 하나의 조국'인 이곳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와 소설가로 활동해온 문영심(64) 씨는 간첩 조작 사건을 취재하며 탈북민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고, 이후 탈북민들의 삶과 그들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천착해왔다.

신간 '탈북 마케팅'이 드러내는 한국 사회의 얼굴은 잔인하다 싶을 만큼 처참하다. 탈북의 순간부터 한국 사회에 발을 디디고 정착한 뒤에도 전반적인 무관심 속에서 이용 가치에 따라 마치 도구처럼 탈북민을 이용하고 외면해서다.

저자는 우리 정부와 검찰, 사법부, 국가정보원, 언론부터 사회 전반에 깔린 배제와 차별까지,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이라는 존재들이 동포는커녕 인권을 가진 사람, 동등한 시민으로조차 취급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한다.

"그들은 북한을 떠나오는 순간 '국가'라는 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망명자가 되는데, '또 하나의 조국'이 되어야 할 대한민국은 그들을 '탈북 마케팅'에 이용하는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그런 의구심을 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탈북 브로커' 때문이다."

탈북민을 언제든 필요에 따라 도구처럼 활용하는 태도의 정점에 바로 탈북민 간첩 조작 사건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 씨의 사건을 취재해 '간첩의 탄생'(2014년)이라는 책을 냈던 저자는 국가 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인 '민들레: 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의뢰로 유 씨를 비롯한 간첩 혐의의 탈북민들을 인터뷰해 이번 저서를 출간했다.

책은 간첩 혐의를 받았던 사람들뿐 아니라 탈북민 전체가 경험한 석연치 않은 탈북 경로와 탈북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도 기록한다.

한국행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국정원과 브로커의 긴밀한 네트워크 속에서 탈북민이 어떻게 거래의 대상이 되는지,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을 이 사회가 어떻게 이용하는지, 이런 구조 속에서 탈북민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데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낱낱이 드러냈다. 인터뷰 대상자 9명 가운데 7명은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저자는 간첩 혐의를 받지 않은 탈북민이라 하더라도 그 자체가 일종의 '장사'가 된 지 오래인 탈북 과정을 대다수 경험한다며 탈북의 경로, 탈북민을 둘러싼 과정은 그 자체가 이미 반인권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경로와 과정을 앞서 언급한 바처럼 '탈북 마케팅'으로 명명한다.

"'또 하나의 조국'이라고 믿고 한국행을 선택한 탈북민들은 왜 하나같이 자신들이 받아야 할 정착금을 빼앗아가는 '브로커'에 의존해야 하는가? 국정원은 왜 브로커를 묵인하고 이용해서 탈북민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개입하는가?"

"탈북민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면서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데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체제 선전의 도구로 취급하고 간첩으로 조작하며 인권을 짓밟는 짓은 멈춰야 한다.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곁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 우리는 북한 주민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통일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을 찾아 남쪽으로 온 이 동포들을 손잡고, 껴안고 달래주어야 마땅하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한국에 온 탈북민은 총 3만3천752명으로 집계된다.

오월의봄. 308쪽. 1만6천500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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