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찜찜할 땐 '의심→확인→신고'..4000만원 피해 막은 금은방 주인

[경향신문]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금은방 주인의 신고로 경찰이 4000만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막았다. 경찰은 금은방 주인에게 포상금과 감사장을 지급할 계획이다.

1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6일 오후 3시30분쯤 금은방 주인 유모씨로부터 신고를 받고 입금 계좌를 추적해 전북 익산에 거주하는 박모씨(68)의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피의자 A씨가 박씨를 속여 금은방에 4000만원을 입금하게 하고, 그 돈을 금으로 바꿔가려 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박씨는 사건 당일 오후 1시20분쯤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는 A씨로부터 “계좌가 금융사기 사건에 연루돼 동결될 수 있으니 지정한 계좌로 돈을 이체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박씨에게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박씨는 애플리케이션 속 금융감독원 전화번호와 발신번호가 동일한 것을 확인하고는 A씨가 불러준 계좌번호로 4000만원을 송금했다.

A씨가 불러준 계좌번호는 서울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유씨의 것이었다. A씨는 이날 오후 12시54분쯤 금은방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금 133돈을 구입하겠다. 돈은 계좌로 입금하겠다”고 말했다. 4000만원이 실제 입금됐고, 유씨도 이를 확인했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유씨는 인근 도매업자에게 ‘전화로 몇천만원 어치 금을 사 가는 경우가 있느냐’고 물어봤고, “전화로 입금 사실을 전달하는 구매 방식은 통상적이지 않다”는 답을 들었다. 그는 결국 거래를 하려다 말고 오후 3시30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유씨가 거래를 중단하도록 설득한 뒤 박씨의 돈을 압수해 피해를 막았다.

경찰 관계자는 “금감원이든, 검찰이든, 경찰이든 돈을 보내달라는 경우는 없다”면서 “보이스피싱을 예방한 사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감사장과 포상금을 지급하니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