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Z세대' 사격 김민정.."'메달'보다 '노력' 그 자체 봐주길"
"총 잡았을 때 정말 행복..사격, 일 보단 취미이자 특기"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①편에 이어>
김민정은 최근 막을 내린 도쿄 올림픽을 빛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과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선수단은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은 후회는 없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달라진 점은 또 있었다. 경기에서 패배하더라도 얼굴을 감싸 쥐며 괴로워하기보다는 상대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손을 번쩍 들어 올려주기도 했다.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다. 김민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나는야 Z세대'…위기 닥치면? 그냥 욕 한 번 해요
"변수가 생기면 수용을 빨리하려고 해요."
김민정은 주어진 상황에 적응이 빠르다고 했다. 지나간 것을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지금의 문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더 신경 쓴다. 이런 마인드는 사대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김민정은 "물론 사람이다 보니 중요한 경기는 실탄 장전 시 손이 떨릴 때도 있다. 그러나 몸은 떨리는 데 멘털이 흔들리거나 집중을 못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긴장이 될 때마다 마음속으로 외치는 주문이나 문구가 있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시원했다. "욕 해요 그냥. 하하. 그리고 나선 이제 해야 할 것을 생각하죠. 위기 상황이 오면 당황했다가도 '해야지. 뭐 어떡할 거야' 이렇게 되뇌어요."
김민정은 메달 색에 집중하며 경쟁하던 과거와는 분명 달라진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압박감은 내려놓고 올림픽 자체를 즐기려는 선수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선수단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다. 국민들의 시각이 달라진 것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김민정은 "메달을 따든 못 따는 모든 선수가 노력한 게 사실이다. 이제는 국민들도 그러한 모습 자체를 바라봐 주시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리우 올림픽 당시 '결선 진출 실패' 기사에 달렸던 댓글이 기억난다. '세금이 아까우니 귀국할 때 헤엄쳐서 오라'는 내용이었다. 하하. 그런데 도쿄 올림픽에선 '금메달보다 더 빛난다'는 말을 들으니 확실히 예전보다 분위기가 달라진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은 인류 평화와 화합을 위한 축제의 장이 아닌가. 오로지 메달 색을 가리기 위한 경쟁만 남는다면 본래 취지는 퇴색된다. 이제는 다른 시선으로 올림픽을 바라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우 올림픽 때를 떠올리며 달라진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김민정은 "리우 때는 누가 나에게 금메달을 따라고 한 것도 아닌데 세상 모든 무게를 다 지고 있었더라. 그래서 나 혼자 부담감을 갖고 있었단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이런 얘기를 몇몇 선수들과 나누곤 했다"고 말했다.
이런 진심이 통한 순간도 있었다. 남자 10m 공기권총 대표 김모세(23)가 경기 전 너무 불안해하길래 "누구도 너한테 메달을 따 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경기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나오라"고 해줬단다. 결과는 어땠을까.
김모세는 커리어 첫 올림픽에서 결선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김민정은 "모세가 대견하게 느껴지더라. 결국 모세가 잘 쏴서 결선에 진출한 것이다. 내 말 때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심이 전해진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고 웃었다.
◇ 자신을 평가한다면? 65~70점…스스로 100점 주는 날이 올까요?
자신에게 몇 점을 주고 싶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도쿄 올림픽 전엔 40점, 이제는 65~70점 정도"란다. 너무 박하다고 받아친 후 점수를 짜게 준 이유에 대해 재차 물었다. 자못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김민정은 "선수로서 노력이나 훈련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웃은 뒤 "내가 아직 모르는 것들이나 덜 깨우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배울 게 많다. 스스로 100점을 주는 일은 아마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3연패에 성공하더라도 99점밖에 안 줄 듯하다'고 농담을 건네자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향후 목표 역시 자신의 성장에 초점을 뒀다. 올림픽 같은 국제무대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달만을 위해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에만 매달리면 지치기 마련이다. 성적이 하락하면 주변의 시선도 달라진다.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민정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더 올라가는 재미와 성취감이 있다. 그럴 때마다 진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총을 잡았을 때 제일 행복하다고 힘줘 말했다. 김민정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나한테는 사격이 일이 아니라 취미이자 특기다. 그래서 빨리 다시 사격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민정의 눈과 손은 당장 내년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향한다. 그는 "이번에 큰 무대를 통해 얻은 게 있고 배운 것도 많다. 물론 고쳐야 할 점도 있다. 이를 토대로 더 성숙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은메달에 만족하고 있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만점을 기록했어도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었을 것 같아요. 완벽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생각에 더 행복해요. "
인터뷰를 마친 후 이번 올림픽에서 자주 인용했던 '금메달보다 더 빛나는 은메달'이란 표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봤다. 다음 날 김민정이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은메달을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지 인터뷰 당시 물었는데 잊지 않고 답을 준 것이다. 여러 메달과 함께 자리한 김민정의 도쿄 올림픽 은메달은 유난히 밝고 빛나 보였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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