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싱크홀' 이광수 "'런닝맨'과 겹쳐 보여도 도움 될 때가 많더라고요"

추승현 기자 2021. 8. 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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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싱크홀' 이광수 / 사진=쇼박스 제공
[서울경제]

11년간 이어온 예능 프로그램 속 캐릭터가 연상되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본인의 강점을 십분 발휘해 작품에 녹여낸 느낌이다.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걱정보다는 작품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더 큰, 배우 이광수의 이야기다.

이광수는 최근 영화 ‘싱크홀’ 개봉을 앞두고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서울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동원(김성균)이 청운빌라로 이사 온 뒤, 빌라 한 동이 통째로 싱크홀에 떨어져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재난 블록버스터다. 이광수는 동원의 직장동료 김대리 역을 맡아, 동원의 집들이에 갔다가 청운빌라 주민 만수(차승원), 인턴사원(김혜준) 등과 함께 싱크홀에 빠져 고난을 헤쳐나가는 연기를 했다.

“시나리오 자체를 재미있게 봤어요. 싱크홀이라는 소재의 영화를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 또 언제 만들어질지 모르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꼭 함께 하고 싶었어요. 촬영할 때는 싱크홀 위 상황이라든지 그 외 상황에 대해서는 대본으로만 봐서 잘 몰랐거든요. 시사회 때 완성본을 처음 봤는데,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과 긴장감과 생생함이 영화에 잘 버무려져 있는 것 같아 재미있었어요.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더 궁금해요.”

‘싱크홀’은 기존의 재난 영화와는 다르게 유머가 가미돼 있어 유쾌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이광수가 연기한 김대리는 짠내 나는 2030 현실 직장인을 대변하는 캐릭터. 같은 세대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웃음 버튼으로 활약한다. 이광수도 그런 김대리의 매력에 빠져 캐릭터 표현에 욕심을 가졌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재밌게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들에 대해 현장에서 김지훈 감독과 많은 상의를 거치며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감독님과는 ‘20~3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김대리가 초반에는 조금 얄밉고 이기적인 면이 있는 캐릭터인데, 싱크홀 안에서 점점 더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영화에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현장의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촬영했어요. 차승원, 김성균 선배님이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매번 촬영 끝나고 만나서 밥도 먹고, 촬영 외 통화도 많이 하면서 가족 같아지고 끈끈해졌어요. 그러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들과 준비해온 것들을 여과 없이 현장에서 이야기해보고 표현할 수 있었죠. 현장 세팅이나 분장과 의상 같은 부분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아서 저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몰입하는 데 도움을 받았어요.”

이광수 / 사진=쇼박스 제공

서로 배려하고 도와주는 현장의 분위기 덕분에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쌓을 수 있었고, 이런 팀워크는 영화 속에서도 드러났다. 이광수는 앞서 홍보를 진행하며 차승원, 김성균, 김혜준 등 배우들과 동료 이상으로 돈독한 모습을 보이기도. 그는 분위기가 좋은 것 이상으로 ‘싱크홀’ 팀이 모두 끈끈했다며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

“감독님과 스태프들, 연기자들이 촬영 전에 하루에 두 번씩 단체 체조를 했어요. 그렇게 단합하는 것을 처음 경험해봤는데, 감독님이 중심을 잘 잡아주시고 단합을 추구해 주셔서 막내 스태프까지 다 친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촬영 당시는 코로나19 시기가 아니어서 촬영 끝나고도 세트장 옆 식당에서 밥도 같이 먹고 술도 한잔하고 그런 시간이 많기도 했고요.”

이광수는 그중에서도 유독 모범을 보인 배우였다. 김성균은 인터뷰를 통해 이광수가 촬영장에서 휴대폰도 보지 않고 집중한 일화를 공개하며 그의 진지한 태도를 칭찬하기도 했다. 칭찬 앞에서 항상 겸손한 모습을 보인 이광수는 재치 있게 김지훈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전말에 대해 설명했다. ‘런닝맨’에서 보여지는 활동적인 모습 덕분에 상대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휴대폰은 현장에서 잘 안 보는 편인데, ‘싱크홀’ 현장 초반에 감독님께서 배우들이 다 모여있을 때 ‘나는 광수가 현장에서 휴대폰 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런 게 감독으로서도 고맙고 배울 점이 많다’고 해주셨어요. 그런데 사실 전혀 안 보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대기 시간이었으니까 안 하고 있던 건데 그렇게 이야기해 주셔서 ‘싱크홀’ 현장에서는 반강제적으로 휴대폰을 거의 볼 수가 없었어요. 몇 번씩 봐야 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만질 수 없었죠. 저는 앞으로 평생 현장에서 휴대폰을 만질 수 없을 것 같네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아요. 앞으로는 보긴 볼 거예요”(웃음)

이광수 / 사진=쇼박스 제공

배우에게 예능 이미지가 큰 것은 양날의 검이다. ‘싱크홀’의 김대리는 “‘런닝맨’의 이광수와 겹쳐보인다”는 평도 있고, 우스갯소리로 “김대리가 배신할 것 같다”는 말도 있다. 이광수와 김대리 캐릭터와 찰떡이어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적지 않은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광수는 이런 우려들에 대해 의연했다. ‘싱크홀’ 뿐만 아니라 매 작품마다 직면했던 문제였고, 그런 의견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제가 ‘런닝맨’에서의 모습과 겹치지 않기 위해서 무언가 따로 노력했던 것은 딱히 없었어요. ‘런닝맨과 달라 보여야지’라는 생각으로 또 다른 연기를 추구하면 방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또 제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낀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표현한 것이 ‘런닝맨’에서의 제 모습과 겹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그것에 도움을 받을 때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주변에서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우려나 걱정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그런 점을 걱정하거나 우려한다고 해서 보는 분들의 생각을 하나하나 바꿀 수 없을 것 같아요. 매 작품을 최선을 다해 표현하다 보면 다르게 봐주시는 분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런닝맨’의 이광수도 저이기 때문에 그렇게 기억해 주시는 분들도 정말 감사하고요. 매 상황 매 작품 캐릭터에 최선을 다해서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할 따름이에요.”

이광수는 지난해 당한 교통사고로 인한 다리 부상 때문에 11년간 함께해 온 ‘런닝맨’에서 최근 하차했다. 당시 수술한 뒤 부지런히 재활을 했어야 했지만 스케줄에 집중하느라 몸을 챙기지 못했고, 다음 달 철심 제거 수술을 앞두고 있다. 고정 스케줄이 없어진 현재, 수술과 재활에 집중하려고 한다.

“‘런닝맨’은 훌륭한 분들의 도움으로 저의 모든 걸 끌어낼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어요. 시청자가 된 요즘에는 ‘역시 런닝맨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재미있게 보고 있고요. 사실 저도 사람인지라 제가 없는 ‘런닝맨’을 보는 게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지금은 많이 적응했지만 매주 녹화를 진행했던 월요일에 침대에 누워있는 제 모습이 약간 낯설었거든요. 군대에서 제대했는데 눈 떠보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느낌이랄까? 초반에는 그런 허전함을 없애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어요. 하차했을 당시에는 서운함이 컸지만, 개인적으로 멤버들은 마찬가지고 제작진과도 간간이 얼굴도 보고 자주 연락하는 편이라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은 없어요.”

이제 더 이상 ‘런닝맨’의 이광수가 아니라고 해서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없다. ‘런닝맨’을 병행하면서도 그랬고, 지금도 똑같이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저 “열심히 하다 보면 좋게 바라봐 주는 시선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 뿐이다.

“코믹이 없는 작품도 꼭 해보고 싶어요. 예전부터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요. 제가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면이 많이 있는 것 같아서 스릴러나 무거운 작품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과 욕심이 커요.”

이광수 / 사진=쇼박스 제공

이광수는 최근 ‘싱크홀’ 홍보를 위해 라디오를 비롯해 웹예능 ‘제시의 쇼!터뷰’, KBS1 ‘아침마당’ 등에 출연하며 탁월한 예능감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출연하고 나면 꼭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겨 온라인상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다. 정작 그는 ‘런닝맨’ 외 다른 예능에 많이 출연해보지 못해 걱정도 많고 무섭기도 했다고. 실제 이광수의 모습은 예능 속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

“아직까지는 조금 조심스러운 마음이에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런닝맨’에서의 나를 재밌게 봐주신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런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있어요. 출연하는 곳마다 저를 다 편하게 대해주셔서 재밌게 할 수 있었어요.”

“사실 현실에서 ‘런닝맨’처럼 살 수는 없잖아요. 전 그런 성격의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얘기할 때 생각도 많이 하고 말도 느렸어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도 많이 하고 조심스러워했고요. 대답도 짧고 그래서 저를 만나면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라서 실망하는 분들도 많이 있더라고요. 그런 것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도 많았는데, 방송에서 거침없는 모습은 멤버 형들이 다 이해해 주시니까 위아래 없이 할 수 있던 거예요. 그런 것들을 재밌게 생각해 주셨던 것 같아요.”(웃음)

연예계 절친이라고 알려진 배우 조인성 또한 최근 영화 ‘모가디슈’를 개봉해 홍보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몇 차례 개봉을 연기한 두 작품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이광수는 먼저 개봉한 ‘모가디슈’를 2번이나 관람하며 감명 깊게 봤다고.

“요즘 같은 시국에는 경쟁이라기 보다 서로 도움받고 같이 응원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모가디슈’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극장을 찾아주시면서 전보다 많은 분들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 감사해요. 지금 이 시기에 영화를 개봉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거든요. ‘모가디슈’도 지금까지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서로 힘을 내서 둘 다 많은 분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아요.”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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