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울시, 교회 첨탑 철거 지원 이유는

김수진 2021. 8.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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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탑 철거 반대' 청와대 청원에 6만여명 서명.."종교탄압" 주장도
서울시 "시민 안전 위한 것..전수조사 뒤 철거·보수 지원"
무너진 교회 첨탑 지난 2020년 9월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몰고 온 강풍에 경북 포항 한 교회 첨탑이 무너진 모습.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십자가 탑 철거를 반대한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이 글은 "안전을 이유로 교회 십자가 탑에 안전 등급을 매겨서 철거시킬 계획이라고 한다"며 "작은 교회는 철거대상 등급이 나올 것이고 십자가 철탑은 수없이 많이 철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철거 비용은 지자체에서 부담해 준다지만 작은 교회들은 다시 세우는 비용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며 "종교 탄압이고 교회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11일 현재 6만4천여명이 온라인 서명에 참여했다.

이 글에서 '종교 탄압'으로 거론된 대상은 서울시의 노후 교회 첨탑 철거 지원 사업이다.

지난달 서울시는 강풍에 취약한 교회 첨탑을 전수 조사해 높이가 4m가 넘고 안전 기준에 미달하면 최대 400만원의 철거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9월 한 달 동안만 태풍으로 전국 5곳서 교회 첨탑 붕괴

노후한 교회 첨탑 철거 지원사업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글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서울시는 이 사업과 관련, "강풍이나 태풍으로 교회 첨탑이 전도될 위험이 커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풍, 태풍으로 교회의 첨탑이 넘어져 추락한 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았다.

태풍이 두 차례 강타한 지난해 9월 한 달만해도 부산, 인천, 경북 포항·통영, 전북 군산 등 5곳에서 교회 첨탑이 넘어졌다.

2019년 9월에도 태풍 탓에 전국에서 첨탑 붕괴 사고가 속출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폭 3∼4m, 높이 10m 의 교회 첨탑이 이면도로로 떨어져 차 한 대가 파손됐고, 경기도 수원과 시흥, 고양에서도 첨탑이 떨어 져나가 주차된 차가 훼손됐다.

2018년 8월 19호 태풍 '솔릭'이 찾아왔을 때도 부산 6층 건물 옥상의 교회 첨탑이 부러졌고 같은해 4월에는 서울 강서구 9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교회 첨탑이 강풍을 못 이기고 도로로 떨어져 보행자가 다쳤다.

2017년 9월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벼락을 맞은 교회 첨탑이 기울어지며 전신주를 건드리는 바람에 일대 주택 30여 가구가 정전되기도 했다.

도로 위로 떨어진 교회 첨탑 지난 2018년 4월 서울 강서구 9층 상가 건물 옥상에 설치된 교회 첨탑이 도로에 추락한 모습. [독자 이윤권씨 촬영 제공]

교회 첨탑 안전관리 규정 올해 3월에야 시행

교회 첨탑이 넘어지는 사고가 매년 이어졌지만 이를 관리하는 법령이 없었다가 올해 3월에야 새로 시행됐다.

교회 첨탑은 건축법상 건축물이 아닌 광고탑이나 기념탑과 같은 '공작물'이다.

올해 3월 전까지만 해도 건축법상 공작물은 제작·설치 시 지자체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에서는 첨탑이 생겨도 안전성 점검은커녕, 세워졌는지도 사실상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서울시는 2019년 국토교통부에 첨탑도 신고 대상으로 추가해 달라고 건의했고, 국토부는 지난해 말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 시행령에 따르면 4m 이상의 첨탑 등을 축조할 때 배치도, 구조도를 첨부해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첨탑 높이가 8m 이상이면 구조 안전, 내진설계 확인서도 제출해야 한다.

단, 이 규정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세워진 첨탑은 새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이 시행령이 발효된 것을 계기로 올해 서울 시내 교회 7천919곳을 전수 조사해 첨탑이 있는 곳은 흔들림, 기울어짐, 용접 상태 등을 진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새 시행령 발효 이전에 세워진 첨탑이 대부분인데다 노후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서울시 "시민 안전 위한 것…첨탑 철거 또는 보수 비용 지원"

강풍에 쓰러진 첨탑 지난 2019년 9월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에서 교회 첨탑이 강풍에 쓰러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시는 법에 정해진 안전기준에 미달하면 교회에 첨탑을 정비 또는 철거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각 자치구가 선정한 업체를 통해 이 비용을 지원한다.

보수·보강만으로 안전해지는 첨탑은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첨탑 철거 뒤 재설치 비용까지 지원하지는 않는다.

노후 첨탑 철거는 안전 위험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인데, 새 첨탑 설치는 '시민 안전'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어서다.

따라서 철거 뒤 새 첨탑을 세울 만한 재정이 부족한 소규모 교회의 첨탑이 철거 대상으로 지정되면 시의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하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를 통해 실시 중인 안전 점검을 20일 마무리한다. 이후 각 구로부터 점검 결과를 전달받아 취합할 예정이다.

이 기간 위험한 첨탑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 교회는 각 구를 통해 정비나 철거를 신청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면 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 개정 전 만들어진 첨탑 중 안전하게 지어진 것도 있겠지만 위험한 것도 있을 수 있어 전수 조사를 통해 안전하게 재설치할 수 있도록 철거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시민의 안전 확보하기 위한 사업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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