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엄청난 안보위기 느끼게".. 北, '말폭탄' 이어 '행동 돌입'도?
北, 이틀째 연락채널에 응답 안해
통일부 "군사긴장 고조 도움 안 돼"
남북관계 주요 국면서 말폭탄 반복
적정한 도발 수위 놓고 셈법 분주
美 의식 SLBM 발사 등은 숙고할 듯
청와대 '예의 주시' 기존 태도 유지
불과 2주 만에 분위기 급변 '당황'
윤석열 이면합의 제기엔 "사실 아냐"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반전의 기회를 외면하고 10일부터 전쟁 연습을 또다시 벌려놓는 광기를 부리기 시작했다”라며 “잘못된 선택으로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남측은) 평화와 신뢰라는 것이 한갓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 보였다”며 “기회를 앞에 놓고도 남조선 당국이 명백한 자기들의 선택을 온 세상에 알린 이상 우리도 이제는 그에 맞는 더 명백한 결심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을 향해서는 “남조선과 미국이 변함없이 우리 국가와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김 부장은 지난 1일 김여정 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위임에 따라 남조선 당국에 분명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던 것”이라며 “우리의 권언을 무시하고 동족과의 화합이 아니라 외세와의 동맹을, 긴장 완화가 아니라 긴장 격화를, 관계 개선이 아니라 대결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전날 오후부터 남북 연락채널에 무응답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발표한 일련의 담화는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사전훈련 시작 이후 연일 ‘말폭탄’을 던지면서 대남 무력 도발 가능성까지 눈앞에 다가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주 전 남북 통신연락선 재개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나왔던 상황이어서 정부와 정치권에선 당황한 기류도 읽힌다. ‘규모에 관계없이 연합훈련은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북한이 이번엔 연례적 대응으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임기 마지막 해 남북관계를 복원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다음 정부로 연결시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北 무력도발 가능성도…“도발 위한 명분 쌓기”
청와대는 김영철 담화를 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기존 태도를 유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여정 부부장 담화 때와 (입장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과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서 남북이 서로 노력을 하겠다”고만 말했다. 북한의 대남 도발 시 소집되는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상임위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대응은 현 상황을 우선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에선 북한이 아직 실질적 위협 행동을 하지 않은 점,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대화 분위기가 완전히 깨지지 않았다는 기류도 있다. 하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고조된 지 불과 2주 만에 급변한 분위기에 내부적으로는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기한 ‘통신선 복원 이면합의’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여권에선 북한의 대응에 당황한 분위기가 읽힌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여권관계자는 이날 “한·미 연합훈련 진행과 관련해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안보라인 내부에서 ‘북한이 저러다 말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범수, 홍주형, 이도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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