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 탓에 70% 접종해도 집단면역 힘들 것"
전문가들 "기존 방역 대전환해야"
文은 "세계적 현상, 우린 더 낫다"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약발’이 통하지 않고 있다. 4단계 한 달 만에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0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 10일 2233명에 이어 11일에도 2000명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감염력이 2.5배 센 델타 변이 확산으로 백신 접종 완료자가 감염되는 ‘돌파 감염’이 속출하고 있어 11월 집단 면역 달성이란 정부 목표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월 백신 접종 일정을 발표한 이래 줄곧 ‘3600만명 접종’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추석 전 3600만명 (1차) 접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 데 이어, 11일 “최근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감염병 전문가 10명에게 물어보니 “감염 상황이 급변하면서 ‘전 국민 70% 접종으로 집단면역 달성’이란 목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1차 접종률 69.3%(접종 완료 58.3%)에 이르는 영국에서도 “백신을 맞아도 델타 변이 감염은 계속되고 집단면역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 경고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감염 확산세와 백신 공급 상황 등을 면밀히 따져 기존 방역 전략을 전환할 것을 주문한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백신 공급이 한정된 상황이니, 고위험군에게 2차 접종을 서두를지 청장년층 1차 접종을 확대할지 등 ‘데이터 과학’에 바탕을 둔 분석이 시급하다”면서 “시기를 놓치면 코로나 환자뿐 아니라 일반 위급 환자들까지 제때 치료를 못 받을 수 있다”고 했다.
“3600만명 숫자에 집착말고, 고위험군 2차접종 서둘러야”
‘방역 모범국’으로 통하던 이스라엘은 9일 하루 확진자가 6275명으로 지난 2월 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스라엘 인구는 우리나라 6분의 1 수준(879만명)이지만 확진자는 우리 3배에 이른다. 중증 환자도 394명으로 1주일 전(232명) 대비 70%쯤 늘었다. 이미 전체 국민의 67.1%가 1차 접종, 62.4%가 접종을 완료한 나라에서 델타 변이가 유행하자 생긴 일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3주간 델타 변이 검출률이 48.0%→61.5%→73.1%로 급상승했다. 1~2주 안에 90~100%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정부가 ‘접종률 70%’ 목표를 달성해도 집단면역이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 10명에게 물어보니 이들 대다수는 “목표 3600만명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접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고위험군에게 2차 접종을 보다 신속하게 하는 식의 접종 계획 수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델타 변이의 재반격
‘델타 변이’로 재무장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황(戰況)을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 델타는 기존 코로나보다 감염력이 2.5배 세고, 인체에서 바이러스를 최대 1260배 더 많이 발생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이근화 한양대의대 교수는 “‘집단면역’이란 목표를 컴퓨터가 계산한 ‘모델링 수치’가 아니라 ‘실제 사례’로 관찰해보라”고 말한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도 확진자 증가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코로나 백신 접종률 1위인 아이슬란드의 경우 전체 인구 74.8%가 접종 완료, 80.6%가 적어도 1회 이상 접종받았지만, 최근 일주일(2~8일) 일평균 확진자 106명을 기록해 2주 전(73.6명)보다 늘었다. 작년 12월부터 접종에 들어간 미국(접종 완료 49.8%)도 하루 확진자가 1만1000명대까지 줄었다가 최근 다시 10만명을 넘기는 추세다.
이에 우리도 전 국민 70% 접종을 달성해도 집단면역이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델타 확산으로 국민 4200만명 정도가 접종받아야 집단면역이 겨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라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의대 교수는 “더 강력한 거리 두기 정책이 없다면 8월 말에는 확진자 3000명대, 그 이후 4000~6000명까지도 뛸 수 있다. 4차 대유행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1차 접종만 마구 늘리면 안 돼”
‘집단면역’이라는 목표 대신 ‘중증 환자 관리’로 접종·방역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병세가 급격히 나빠지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사람들 접종부터 빨리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정희진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층 중에 백신 접종을 놓친 이들과, 50대까지도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그룹’으로 보고, 접종을 보다 앞당겨 2차 접종까지 끝내야 한다”고 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델타 변이 등장으로 1차 접종 효과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60대 이상 접종률을 빠르게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3600만명 달성’이란 목표에 함몰돼 1차 접종을 늘리기보다 접종 완료자를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1차 접종자 대비 접종 완료자 비율이 37%로 OECD 38개 회원국 중 2번째로 낮다. 접종 완료자를 늘리기보다는 1차 접종자 확대에 그만큼 주력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델타 변이는 1차 접종만으론 방어가 어렵고 2차 접종까지 끝내야 방어력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1차 접종 시 델타 변이 효과가 36%와 33%로 낮지만, 2차 접종을 끝내면 각각 88%와 67%로 오른다.
◇하루라도 백신 공급 당겨야
“접종률을 빠르게 올리는 게 여전히 유일한 대안”(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이라 백신을 하루라도 빨리 많이 가져와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많다. 현재 정부가 확보했다는 전체 약 1억명분 백신 가운데, 노바백스(2000만명분) 공급 일정은 오리무중이고, 모더나 백신(2000만명분)은 잇따라 공급 차질이 벌어졌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는 “확진자가 급증하며 현재 의료 역량도 마지노선에 다다랐다”며 “병상 여유 숫자뿐 아니라 필요한 장비·인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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